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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엄정화 “시집 안가고 연기만 했으면 좋겠대요”

등록 2006-05-17 11:05수정 2006-05-17 13:17

9일 오후2시 서울 중구 필동 대한극장에서 열린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남주인공 박용우가 여주인공 엄정화와 다정하게 귓속말을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9일 오후2시 서울 중구 필동 대한극장에서 열린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남주인공 박용우가 여주인공 엄정화와 다정하게 귓속말을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25일 개봉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 주연

엄정화를 만나자마자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를 제작한 싸이더스FNH 김미희 대표의 말을 전했다. "내 욕심인데, 정화씨, 시집가지 말고 연기만 했음 좋겠어. 결혼한다 해도 이미숙 선배처럼 그런 배우로 활동하면 좋겠어."

이 말을 들은 엄정화는 "정말 감동적인 말이에요. 고마워요"라며 언뜻 눈물을 글썽거릴 정도로 좋아했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로 가수보다는 배우의 길을 선택했고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연기력을 인정받았지만 영화계에서 그는 이방인이었다. 차기작 '싱글즈'도 2년의 시간이 지난 후 출연했을 정도. 그런 그가 이제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인정받고 있다.

25일 개봉할 '호로비츠를 위하여'는 배우 엄정화의 진폭을 느끼게 한다. 호로비츠 같은 유명 피아니스트를 꿈꿨지만 변두리 피아노 학원에서 "내 아들이 절대음감을 타고 태어난 것 같다"는 어머니들의 극성에 헛웃음을 짓는 김지수 역을 맡았다.

지수가 발견한 호로비츠 같은 천재 경민(신의재)과 스승과 제자로서, 어머니와 자식으로서 느끼는 교감이 영화에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독일 유명 피아니스트에게 경민을 떠나보내야 할 때 눈물을 삼키며 의연하게 대하려는 지수의 얼굴이 클로즈업으로 비치는 장면을 비롯해 엄정화의 연기는 이제 안정기에 접어들었음을 느끼게 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꿈'과 '열등감'을 생각했어요. 저 역시 많은 사람들이 스타라고 말해주는 데도 열등감이 있어요. 난 천재적이지 못해요. 다만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갈 뿐인데, 천재적인 사람들을 만나면 느끼는 열등감도 분명히 있죠."

영화를 찍으면서 그는 내내 "과연 최고란 뭘까?"를 생각했다고 한다. 부와 명예?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것?

"저를 되돌아봤어요. 많은 사랑을 받았죠. 앞으로 할 일이 많고, 해야 할 일이 많더군요. 그리고 저처럼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누군가는 있겠구요. 감사해요. 감사하면서 살고 있어요."


자꾸 조바심 내면 자신만 괴롭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이거 밖에 안돼'보다 '이만큼이나 됐다'고 생각하는 게 훨씬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도 알았다고 했다.

그는 "지수는 피아니스트로서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경민과의 사랑, 광호(박용우)의 큰 사랑을 느끼면서 결국 꿈을 이룬 것"이라 말했다.

빠듯한 제작비와 제작 일정. 그래서 영화는 인물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었고, 배우들 사이의 진짜 교감이 더욱 절실했다. 엄정화는 연기를 처음 하는 신의재 군을 지도하는 연기 선생님이자 촬영장에서 진짜 엄마 같은 존재로 다가갔다.

"지수와 경민이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이 촬영장에서 저와 의재가 그랬던 거랑 많이 비슷해요."

피아니스트로서 천부적인 자질을 갖고 있는 의재 역시 뛰어난 아이들이 자주 내비치는 낯선 환경에 대한 어색함을 감추지 않았다.

엄정화는 늘 현장에서 모니터를 볼 때 의재를 자신의 무릎에 앉혔다. 시간이 지나자 의재는 당연한 듯 엄정화의 무릎에 앉았다. '너무 이뻐, 사랑해'라는 말을 수없이 해준 어느 날 '저두요, 사랑해요'라는 뜻밖의 대답이 의재 입에서 나왔을 때 "정말 뭉클했다"고 했다.

헤어지는 장면을 찍은 마지막 촬영일. 의재 먼저 찍고 엄정화가 나중에 찍었다. 혼자 연기하고 있는데 어느덧 의재가 엄정화를 꼭 껴안으며 "누나, 사랑해"라고 말한 순간 두 사람은 눈물을 펑펑 쏟았다.

또한 영화를 풍성하게 만들어준 박용우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엄정화는 동생 엄태웅과 기분 좋은 경쟁을 하게 됐다. 25일 '호로비츠를 위하여'가 개봉하기 전 18일 엄태웅이 출연한 '가족의 탄생'이 개봉한다.

"제 영화도 좋고, 태웅이 영화도 좋아요. 진심으로 두 영화 모두 관객에게 사랑받았으면 해요."

'가족의 탄생' VIP 시사회가 있었던 인터뷰 전날 엄정화와 엄태웅은 소속사 식구들과 기분 좋은 회식을 가졌다. 동생 엄태웅에 대한 뿌듯함을 숨기지 않는 엄정화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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