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족의 탄생'서 성숙한 연기 선보여
"촬영하는 내내 즐거웠고, 끝나고 나서 더 뿌듯한 영화."
공효진(26)은 18일 개봉한 영화 '가족의 탄생'(감독 김태용, 제작 블루스톰)을 이렇게 기억했다. 세 편의 에피소드 중 엄마와 딸의 애증의 관계를 표현한 두번째 이야기를 책임진 그는 이 영화를 계기로 자신의 지향점을 분명히 깨달았다고 했다.
"사랑을 미화시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현한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는 그는 "이제 배우로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며 설레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자신보다는 자신에게 믿음을 준 김태용 감독이 빛을 발하기를 바란다는 말을 하는 공효진의 모습에서 '성숙'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신세대 아이콘으로 존재했던 그에게서 냉철하면서도 넉넉한 배우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던 건 이 영화의 큰 수확 중 하나다.
공효진은 "우리 영화(그는 꼭 '우리'라는 표현을 썼다)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피 터지게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감독이 해낸 배우의 재해석, 나도 놀란 나의 모습"
김태용 감독은 공효진의 데뷔작 '여고괴담2-두번째 이야기'를 연출했다. 김 감독이 "선경은 효진이 너를 두고 쓴 배역"이라고 말했을 때도 "뭐, 감독님들은 다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 퉁명스럽게 반응했다.
그렇게 읽어본 시나리오 속에서 선경은 공효진 스스로 낯설게 느껴졌다.
"사람들은 절 직설적이고 잘살 것 같다고 여기시잖아요. 그런데 선경은 도대체 왜 그렇게 엄마와 사랑을 나누지 못하고 가슴에 못박는 소리를 했으면서도, 그런 엄마와의 이별에 쓸쓸해 하는지. 대중이 보지 못한 제 모습을 어떻게 표현하려고 날 택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중에 보니 이 영화에 참여한 배우 면면이 다 그러했다. "이 시대의 어머니상이라는 고두심 선배에게서 '여자'를 뽑아내고, 딱 부러지는 듯한 문소리 선배는 푼수처럼 나와요. 엄태웅 선배는 또 어떻구요. 반듯한 이미지를 한순간에 백수건달로 만들었잖아요. 코믹한 이미지가 강한 태규는 사랑에 목말라하는 가엾은 청년이 됐구요. 하하." 이 과정에서 감독의 소중함을 자연스럽게 느꼈다. "감독님은 제가 생각했던 배우에게서 다른 면을 찾고 싶다고 하셨어요. 배우들은 저 감독님이라면 내가 변할 것 같은 믿음을 주셨구요." 그런데 제목이 좀 구태의연한 듯했다. 김 감독은 "효진씨, 영화를 보면 이 제목 외에는 생각나지 않을 거야"라고 말했고, 영화를 본 공효진은 "이 제목 외에 다른 제목은 생각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생각해보면 우리 영화에 참여했던 배우들이 모두 자기가 주인공이라 생각하고, 모두 자기 캐릭터가 제일 좋다고 생각하면서 연기했던 것 같아요." ◇그냥 '습관'처럼 존재하는 엄마 그의 이야기는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공감한다. 어렸을 때는 엄마와 싸웠던 딸이 자라 아이를 낳고 나면 엄마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고 하지 않나. 그러나 영화속 선경은 엄마와 자신이 얼마나 닮았는지도 알기 전에 엄마의 죽음을 맞는다. 사랑에 평생을 건 채 유부남과의 사이에서 아들까지 낳은 엄마. 선경은 그런 엄마를 죽어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앙탈을 부리고, 가족이 있는 엄마의 연인 집에 찾아가 "울 엄마, 사랑하세요?"라고 묻고, 아버지 다른 동생을 구박한다. "선경은 언뜻 보면 못되고 날 서 있는 애죠. 냉정해 보이는 선경이지만 이유가 있어요. 그러나 그 이유를 관객이 처음부터 알게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마치 연극의 한 장면처럼 공효진과 엄마 역의 김혜옥이 주고받는 툭툭 내뱉는 대사에서 관객은 엄마와 딸의 마음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사실 선경은 누구보다 엄마를 이해하고 있었기에 엄마 대신 동생 유치원에서 엄마 노릇을 하고, 누구보다 엄마의 연인이 아버지가 되길 바랐기에 집에 쳐들어가 "울 엄마, 사랑하세요?"라고 물을 수 있었던 것. 엄마가 남긴 가방을 보며 그가 우는 장면은 이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영화를 찍으며 이런 생각도 해봤어요. 내 엄마에게도 애인이 생긴다면 어떨까? 별로 상관없을 것 같았어요. 아빠만 이해한다면." 결국 딸에게 엄마는 습관처럼, 늘 그 자리에 그 모습으로 존재하는 사람이었다. ◇하고 싶은 것을 찾았다. 감독은 "인간관계란 시간이 지나면 변하는데 네가 변한 건지, 내가 변한 건지 알 수 없다"는 걸 말하고자 했단다.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데뷔작 '여고괴담2' 찍을 때 "'떼신'(군중신)에선 내 얼굴이 잘 나오지도 않는데 왜 또 찍어야 해요?" "왜 똑같은 걸 또 찍어요?" "감독님 언제 끝나요?"라며 황당무계한 질문을 했던 19살의 공효진은 이제 김 감독에게서 "효진아, 네가 진짜 많이 컸구나"라는 칭찬을 들었다. "촬영하는 내내 즐거웠어요. 내가 더 깊어질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준 영화이고, 앞으로 이 영화 덕을 많이 볼 것 같아요. 만족감도 느끼고, 뭔가 공헌한 것 같아 뿌듯하구요." 여성성이 강한 영화에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남자에 의해 여자가 설명되는 게 아니라, 오롯이 여자가 이끌어가는 여자 영화. "많은 여자 선배들이 그런 영화를 하고 싶어 하시죠. 그런데 현실은 남자 배우 중심, 남자 이야기 중심으로 만들어지구요. 그렇지만 감독님들 중에도 여자 이야기를 하고 싶은 분들이 분명 있을 거예요. 현실적 장벽 때문에 못하는 거지." 그래서 '가족의 탄생'이 관객에게 좋은 평을 들었으면 한다. 이왕이면 많은 관객이 들었으면 한다. 그래서 좀 더 다양한 여성 영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도 찾으면 있겠죠?"라는 그의 말에서 진정성이 느껴진다. http://blog.yonhapnews.co.kr/kunnom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 (서울=연합뉴스)
"사람들은 절 직설적이고 잘살 것 같다고 여기시잖아요. 그런데 선경은 도대체 왜 그렇게 엄마와 사랑을 나누지 못하고 가슴에 못박는 소리를 했으면서도, 그런 엄마와의 이별에 쓸쓸해 하는지. 대중이 보지 못한 제 모습을 어떻게 표현하려고 날 택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중에 보니 이 영화에 참여한 배우 면면이 다 그러했다. "이 시대의 어머니상이라는 고두심 선배에게서 '여자'를 뽑아내고, 딱 부러지는 듯한 문소리 선배는 푼수처럼 나와요. 엄태웅 선배는 또 어떻구요. 반듯한 이미지를 한순간에 백수건달로 만들었잖아요. 코믹한 이미지가 강한 태규는 사랑에 목말라하는 가엾은 청년이 됐구요. 하하." 이 과정에서 감독의 소중함을 자연스럽게 느꼈다. "감독님은 제가 생각했던 배우에게서 다른 면을 찾고 싶다고 하셨어요. 배우들은 저 감독님이라면 내가 변할 것 같은 믿음을 주셨구요." 그런데 제목이 좀 구태의연한 듯했다. 김 감독은 "효진씨, 영화를 보면 이 제목 외에는 생각나지 않을 거야"라고 말했고, 영화를 본 공효진은 "이 제목 외에 다른 제목은 생각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생각해보면 우리 영화에 참여했던 배우들이 모두 자기가 주인공이라 생각하고, 모두 자기 캐릭터가 제일 좋다고 생각하면서 연기했던 것 같아요." ◇그냥 '습관'처럼 존재하는 엄마 그의 이야기는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공감한다. 어렸을 때는 엄마와 싸웠던 딸이 자라 아이를 낳고 나면 엄마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고 하지 않나. 그러나 영화속 선경은 엄마와 자신이 얼마나 닮았는지도 알기 전에 엄마의 죽음을 맞는다. 사랑에 평생을 건 채 유부남과의 사이에서 아들까지 낳은 엄마. 선경은 그런 엄마를 죽어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앙탈을 부리고, 가족이 있는 엄마의 연인 집에 찾아가 "울 엄마, 사랑하세요?"라고 묻고, 아버지 다른 동생을 구박한다. "선경은 언뜻 보면 못되고 날 서 있는 애죠. 냉정해 보이는 선경이지만 이유가 있어요. 그러나 그 이유를 관객이 처음부터 알게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마치 연극의 한 장면처럼 공효진과 엄마 역의 김혜옥이 주고받는 툭툭 내뱉는 대사에서 관객은 엄마와 딸의 마음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사실 선경은 누구보다 엄마를 이해하고 있었기에 엄마 대신 동생 유치원에서 엄마 노릇을 하고, 누구보다 엄마의 연인이 아버지가 되길 바랐기에 집에 쳐들어가 "울 엄마, 사랑하세요?"라고 물을 수 있었던 것. 엄마가 남긴 가방을 보며 그가 우는 장면은 이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영화를 찍으며 이런 생각도 해봤어요. 내 엄마에게도 애인이 생긴다면 어떨까? 별로 상관없을 것 같았어요. 아빠만 이해한다면." 결국 딸에게 엄마는 습관처럼, 늘 그 자리에 그 모습으로 존재하는 사람이었다. ◇하고 싶은 것을 찾았다. 감독은 "인간관계란 시간이 지나면 변하는데 네가 변한 건지, 내가 변한 건지 알 수 없다"는 걸 말하고자 했단다.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데뷔작 '여고괴담2' 찍을 때 "'떼신'(군중신)에선 내 얼굴이 잘 나오지도 않는데 왜 또 찍어야 해요?" "왜 똑같은 걸 또 찍어요?" "감독님 언제 끝나요?"라며 황당무계한 질문을 했던 19살의 공효진은 이제 김 감독에게서 "효진아, 네가 진짜 많이 컸구나"라는 칭찬을 들었다. "촬영하는 내내 즐거웠어요. 내가 더 깊어질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준 영화이고, 앞으로 이 영화 덕을 많이 볼 것 같아요. 만족감도 느끼고, 뭔가 공헌한 것 같아 뿌듯하구요." 여성성이 강한 영화에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남자에 의해 여자가 설명되는 게 아니라, 오롯이 여자가 이끌어가는 여자 영화. "많은 여자 선배들이 그런 영화를 하고 싶어 하시죠. 그런데 현실은 남자 배우 중심, 남자 이야기 중심으로 만들어지구요. 그렇지만 감독님들 중에도 여자 이야기를 하고 싶은 분들이 분명 있을 거예요. 현실적 장벽 때문에 못하는 거지." 그래서 '가족의 탄생'이 관객에게 좋은 평을 들었으면 한다. 이왕이면 많은 관객이 들었으면 한다. 그래서 좀 더 다양한 여성 영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도 찾으면 있겠죠?"라는 그의 말에서 진정성이 느껴진다. http://blog.yonhapnews.co.kr/kunnom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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