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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필진] 사랑이 사랑을 넘어서다 - 영화 ‘다정한 입맞춤’

등록 2006-05-23 14:32

<다정한 입맞춤>(원제: Just A Kiss, Ae Fond kiss, 영국, 스페인, 러시아, 2004)
<다정한 입맞춤>(원제: Just A Kiss, Ae Fond kiss, 영국, 스페인, 러시아, 2004)
영화포스트를 보아하니, 젊은 남녀의 사랑이야기? 내 사랑하기도 바쁜데, 남의 사랑이야기를? 게다가 tv며, 소설이며, 영화 속은 온통 사랑이야기투성인데, 또?

그런데, 감독이름을 보니, 켄 로치(Kenneth Loach). 궁금했다. 그의 사랑얘기. 두 중년 실업자의 이야기를 다룬 <레이닝스톤>과 스페인 내전을 다룬 <랜드 앤드 프리덤>, 이민자들의 생존과 인권을 다룬 <빵과 장미>에 이르기까지, 이전 영화들에서 보여 진 그의 사회적인 관심과 관점이 마음에 들었다는 것이 그 궁금증의 이유일 것이다. 물론, 이전 영화들에도 사랑은 있었다. 하지만, <다정한 입맞춤>(원제: Just A Kiss, Ae Fond kiss, 영국, 스페인, 러시아, 2004)은 사랑도 있는 영화가 아니라, 남녀 간의 사랑이 중심인 이야기이다.

파키스탄출신의 이슬람교도인 부모와 함께 사는 클럽 DJ 카심. 그리고, 아일랜드출신의 카톨릭교도인 로신느는 국적과 종교, 피부색은 다르지만, 영국의 글래스고의 같은 하늘아래 살고 있다. 카심은 여동생을 데리러 학교에 갔다가 백인 남자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는 여동생때문에 그 학교의 임시음악교사로 일하는 로신느를 보게 되고, 한 눈에 반한다. 준수한 외모에, 적극적인 카심은 구애에 성공하고, 달콤한 시간들. 하지만 카심에게는 이미 부모가 정해놓은 얼굴도 모르는 정약자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들의 사랑은 흔들리지만, 결국, 카심이 로신느를 선택함으로써, 그들의 사랑은 계속된다.

하지만, 종교와 피부색의 차이는 그들의 사랑 그 자체를 문제로 만들어 버린다. 다른 종교만큼이나, 다른 피부색만큼이나, 그 두 사람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너무나 다르다. 카심의 부모님은 그와 그녀가 결코 함께할 수 없는 다른 종류임을 설득하기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고, 로신느마저, 정식교사발령의 기대에 부풀어 있었지만, 카톨릭계 학교인 로신느의 근무지에서는 사귀는 사람이 비카톨릭교도라는 사실, 더구나 피부색이 다르다는 사실이 정식교사발령에 걸림돌이 된다. 결국은 비카톨릭계 학교로 전출해야 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다.


종교와 문화차이로 인한 갈등. 어쩌면, 종교와 인종차별로 인해 고통을 겪어온 카심부모의 입장과 백인중심의 유구한 전통을 가진 영국 카톨릭계학교측의 입장은 뿌리 깊은 역사만큼이나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종교와 인종의 다름 앞에서 그들 양측의 완고한 태도는 나에게 충격적으로 다가 온 것도 사실이다. 아마도 전 세계적으로 떠들썩한 세계화라는 광고 덕분에 다양성의 인정에 대한 요구들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카심의 부모님에 대한 사랑이 하루아침에 사라질리 없고, 로신느 역시 카톨릭교도로서 그들의 입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두 사람은 그들 부모와 학교의 <완고함>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들이 정해놓은 규율과 물려받은 관습의 이름 앞에서 더 이상의 설명은 불필요한 것이다. 카심의 부모는 아들이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다. 종교와 피부색이 다르니까. 사랑은 개인의 사생활문제이며, 정식교사발령은 별개라며 흥분하는 로신느에게 신부는 긴 말하지 않는다. 정해진 규율이니까, 따르든지, 말든지.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결국 부모님의 사랑, 그리고, 종교와 피부색에 대한 사랑을 넘어선다. 아니, 넘어서버리고 만다. 어쩌려고^^ 부모 곁을, 안락한 조건의 직장을 떠나면서. 그들의 사랑은 나와 다른 종교와 피부색은 인정하지 않는 거짓사랑을 넘어선다. 그렇다면, 그 사랑을 넘어 선 사랑의 정체는? 남녀 간의 사랑을 말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들의 사랑을 막아섰던 그들 부모와 학교 측의 완고함을 이해하기 어려운 건 그 두 사람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카톨릭교도이지만, 자신의 종교에 대해 광적이지 않은 로신느의 책임교사나, 기자가 되고 싶어 하는 딸에게 의사가 되어야한다며 당신들의 뜻을 강요하는 부모를 카심의 여동생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만일, 종교와 피부색에 앞서, 아니, 종교와 피부색이 소중한만큼이나 그 두 사람의 사랑이 소중하게 다루어 졌더라면, 그들 모두의 사랑은 함께 지켜질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사랑이 사랑받을 수는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그 두 사람을 막아섰던 단지 세계 속의 다양한 차이일 뿐인 종교와 피부색을 넘어섰다는 사실이 그들의 사랑이 사랑스러워 보인다. 이들의 사랑이야말로, 종교와 피부색을 내세워 거짓사랑을 광고하는 이들을 넘어선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다양한 차이들이 각자의 색깔을 가지고 하나로 어우러질 때 그 모습은 아름답다는 사실. 그리고, 똑같은 소재와 주제라도 누가 보여주느냐에 따라 다르다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노(老)감독의 날카로움과 여유로움이 어우러진 덕분인지 흔한 사랑얘기였을지는 몰라도, 흔한 사랑영화는 아니었던 것같다. 수없이 많은 다양한 사랑에 대한 영화들, 그들 모두의 차이를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차이가 모두 똑같은 크기로 인정되어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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