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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요녀석, 호로비츠로 키워봐?

등록 2006-05-24 20:33수정 2006-05-24 21:04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
재능 결핍 피아노 선생과 애정 결핍 천재소년의
찡하고 코믹한 ‘좌충우돌기’
호로비츠를 위하여

후미진 동네 상가에 피아노 학원을 차린 김지수(엄정화)는 원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를 꿈꿨다. ‘환경’ 탓에 꿈을 이루지 못했다며 전공자만 가르치겠다고 뻐기지만, ‘재능’ 탓에 피아니스트가 되지 못했다는 것을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자폐적인 성향을 보이는 일곱살 소년 윤경민(신의재)은 엄마를 사고로 잃고 고물상을 하는 외할머니와 함께 산다. 쥐어박히고 얻어터지는 게 일상인 그는 무슨 꿍꿍이속인지 학원 첫날부터 지수 주위를 맴돌며 사고를 친다. 경민은 지수의 메트로놈(템포를 정확하게 맞추는 기계)을 훔치고, 피아노 학원 전단지를 모조리 떼는 것도 모자라 급기야 학원을 난장판으로 만든다. 발끈한 지수는 경민을 나무라지만 그 과정에서 경민이 절대음감을 가진 천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때부터 지수의 눈이 번쩍 뜨인다. 재능이 없다는 자각에서 비롯된 자격지심과 피해의식을 한방에 날려버리고 인생을 바꿔 볼 기회를 잡은 것이다. 지수는 경민을 우크라이나 출신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처럼 키워, 위대한 스승으로 거듭날 꿈에 사로잡힌다.

범인과 천재의 사연으로부터 시작된 〈호로비츠를 위하여〉는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를 거쳐,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로 확장되는 구조를 지녔다. 그리고 ‘저마다 한계를 가진 사람들이 이해관계 때문에 관계를 지속시키지만, 그 사이 애정과 신뢰가 싹터 서로 인간적으로 사랑하게 된다’는, 매우 식상하지만 대개 감동적이기 마련인 설정들을 매끄럽게 이어간다.

지수에게 재능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다면, 경민에게는 사랑과 보살핌이 결핍돼 있다. 자신에게 없는 것, 그래서 필요한 것을 상대방에게서 찾아낸 두 사람은 썩 그럴듯하게 손을 맞잡는다. 물론, 상대방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지나치게 요구하고 다그치다가 관계의 위기를 맞기도 한다. 지수가 경민에게 과도한 연습과 콩쿠르 입상을 재촉하고, 경민이 지수에게 독점적인 애정을 요구하다 일을 그르치는 식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조정 국면은 어떤 ‘관계’에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두 사람은 이런 갈등을 이해와 배려, 정으로 극복하고 서로에게 가장 이상적인 방식으로 스승과 제자가 되고, 유사 엄마와 아들이 된다.

〈호로비츠…〉는 ‘감동’을 목적으로 하고, 실제로 꽤 자주 눈물샘과 심장 한켠을 자극한다. 신인 권형진 감독의 오버하지 않는 연출과 함께 연기자들의 연기가 눈물의 일등공신이다. 이미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엄정화는 물론이고, 실제로 피아노 신동이라는 신의재군의 피아노 실력과 연기력도 영화에 사실성을 더하며 감정을 눈물샘까지 몰아가는 데 일조한다. 〈호로비츠…〉는 또 눈물에다 간간이 웃음까지 보태는데, 눈물이 엄정화와 신의재의 몫이라면 웃음은 주연 같은 조연 박용우의 덕이다. 이미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 개성 있는 코미디 연기의 가능성을 보여준 박용우는, 〈호로비츠…〉에서도 영화의 흐름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눈에 확 띄는 귀여운 코미디 연기를 선보인다. 25일 개봉.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사진 싸이더스FNH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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