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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영화 ‘러닝 스케어드’, “총 어딨어?” 숨가쁘게 쫓고 쫓기고

등록 2006-06-07 21:15

마약 거래하다 경찰 죽인 마피아
총 숨겨 증거 없애려 하지만
옆집 아이, 포주, 포르노업자까지
줄줄이 얽혀 꼬인다 꼬여
〈록스탁 앤 투스모킹배럴즈〉 같은 가이 리치 감독의 영화가 컨버터블 승용차라면, 이 영화는 군용 트럭이다. 빨리 달리는 건 똑같지만, 쾌적한 승차감과 코너워크는커녕 심하게 덜컹거리는 탓에 머리가 차 지붕이나 옆창에 부딪칠 것 같다. 〈러닝 스케어드〉는 바퀴 큰 차로 진흙탕 경주를 벌이는 듯한 특별한 맛을 주지만, 자칫하면 멀미할 수도 있다.

이 영화가 두번째 장편인 웨인 크레머 감독(〈마인드 헌터〉의 각본자)은 주목받을 만해 보인다. 그가 각본·감독을 함께 맡은 〈러닝 스케어드〉는 음습한 도시 뒷골목을 다루는 줄거리와 거친 촬영이 잘 어우러지면서 자기만의 색깔을 드러낸다. 좋은 편, 나쁜 편 나누기 힘든 추악하고 추접한 여러 인물들이 나오고, 그들의 이해관계가 뱀들끼리 꼬리 물듯 엮이고 꼬여가는 구조는 가이 리치나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와 닮았다. 그런데 내용이나 화면 모두 이 영화는 더 격렬하게 몰아붙이며 냄새도 하드코어적이다.

조이는 뉴저지 주에 근거지를 둔 이탈리아 마피아 조직의 행동대장쯤 되는 이다. 자신의 조직이 다른 조직과 마약 거래를 하는 현장에, 복면을 쓴 남자들이 총을 들이대며 나타나 마약과 현금을 모두 뺏어가려 한다. 여차하는 사이에 총질이 시작되고 조이의 조직원들이 살아남았다. 문제는 총에 맞아 죽은 복면 쓴 남자들이 경찰이었다는 것. 조이는 경찰들을 쏜 총을 숨기도록 지시받는데, 여기서부터 하룻밤 동안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꼬인다. 조이의 집에 숨겨둔 총을 옆집 아이가 몰래 가져가선, 의붓아버지를 쏘고 달아난다. 그 의붓아버지는 러시아 마피아의 조직원이었다. 조이는 간신히 옆집 아이를 찾지만 총은 또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사태를 수습하려 애쓰는 조이의 앞길을 부패한 경찰, 사악한 포주, 아동 포르노를 찍어 파는 부부 등 다종다양한 형태의 인간 군상들이 막아선다. 이탈리아 마피아와 러시아 마피아 사이의 갈등도 고조되면서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촘촘한 시나리오는 리듬감을 살려내며, 카메라가 총알의 시점에 서서 사람 목을 스치고 벽에 가 박히는 식의 화면 연출은 역동성과 함께 유머도 담아낸다. 그러나 상당수의 캐릭터와 에피소드가 일회성으로 소모되고 마는 탓에, 관객의 숨은 가쁘게 하지만 뒷맛이 약하다. 마지막 반전은, 앞의 이야기들을 배반하는 느낌을 줄 만큼 당혹스럽고 또 썰렁하기도 하다. 게임 한판을 격전으로 치렀으면, 빨리 일어나서 머리 비우고 집에 갈 일이다.

〈분노의 질주〉 〈패스트 앤 퓨리어스〉의 폴 워커가 조이 역으로 출연한다. 〈러시 아워〉 〈엑스맨 최후의 전쟁〉 등을 연출한,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흥행 감독 브렛 래트너가 제작을 맡았다. 8일 개봉.

임범 기자 isman@hani.co.kr


사진 영화공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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