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판 ‘죽은 시인의 사회’
독일판 〈죽은 시인의 사회〉라고 할 수 있는 국내 미개봉 독일 영화 〈하늘을 나는 교실〉이 디브이디로 출시됐다. 〈에밀과 탐정들〉 등의 청소년 소설을 쓴 독일 작가 에리히 케스트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토미 위간 감독의 2002년 영화다.
크시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의 〈십계〉, 에릭 로메르의 〈가을 이야기〉, 프레데릭 바크의 애니메이션 〈나무를 심은 사람〉 등 국내 미개봉 명작들을 출시해 온 베네딕도미디어(www.benedictmedia.co.kr, 02-2236-3605)가 발매했다.
성 토머스학교는 소년 합창단의 명성이 자자하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합창단원 학생들은 개성이 다양하다. 과학 신동, 주먹잡이부터 ‘겁쟁이’로 왕따당하는 학생…. 이들은 또 같은 학교의 비합창단원 학생들과 수시로 패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착하기도 하고 사고뭉치이기도 한 학생들은 합창단 지도 교사를 누구보다 존경한다. ‘정의파 선생님’으로 불리는 이 교사는 학생 한명 한명의 속사정을 살피고, 딱딱한 기숙사 수칙보다 학생들의 능동적 판단을 소중히 여긴다. 크리스마스 특집 연극 공연을 앞두고 학생들이 ‘하늘을 나는 교실’라는 대본을 새로 구해 무대에 올리려 하자, 뜻밖에도 이 ‘정의파 선생님’이 반대를 한다. 거기엔 아픈 사연이 숨어 있었다.
교사와 학생의 갈등과 화해를 다루는 다른 영화들과 구성이 비슷하지만, 이 영화는 교사와 학생을 같은 비중으로 놓고서 다른 세대 간에 소통의 길이 열리는 데서 오는 감흥을 앞세운다.
영화 서두에 인용되는 에리히 케스트너의 말이 영화를 의도를 잘 설명한다.
“어떤 어른은 자기 어린 시절을 너무나 까맣게 잊어버린 탓에 어린이들이 가끔은 매우 슬퍼하고 절망스러워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좋아하는 인형이 망가져서 우는 것과 친구를 잃어버려 우는 것 사이에는 별 차이가 없다.”
임범 기자
사진 베네딕도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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