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온〉의 감독 시미즈 다카시가 만든 새 공포영화 〈환생〉의 원제는 ‘윤회’다. 지금의 나는 전생의 누군가 또는 무엇인가였고 죽은 뒤에도 후생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윤회사상. 죽은 원혼이 나타나 복수를 하는 동양의 고전적 공포영화들은 어느 정도 윤회사상에 끈이 닿아 있다. 영화 속 영화의 틀을 지닌 〈환생〉은 여기에 ‘기억’이라는 모티브를 첨가시켜 공포의 방향을 역전시킨다. 즉 다른 사람으로 환생한 원혼이 ‘겁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전생에 나는 무엇이었을까라는 질문이 공포의 씨앗이 된다.
35년 전 오사카의 한 호텔에서 일어났던 살인사건이 영화로 만들어진다. 사후세계에 심취해 있던 교수가 자신의 아들과 딸, 투숙객과 호텔 직원 등 11명을 난자했던 사건이다. 신인 여배우 스기우라(유카)는 이 영화의 오디션을 본 직후부터 인형을 든 꼬마 아이의 환영을 계속 만난다. 주인공으로 발탁된 스기우라는 스태프들과 모여 사건 당시의 이야기를 듣다가 자신이 역을 맡은 살인범 교수의 딸이 바로 자신을 따라다니던 환영이었음을 알게 된다. 또 영화를 찍기 위해 사건이 벌어졌던 호텔을 찾아가 리허설을 하는 동안 스기우라는 35년 전 피해자들이 살해당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환생〉은 억울하게 죽은 원혼이 등장하고 이들이 잠입하는 일상을 그린다는 점에서 〈주온〉의 맥을 잇는다. 하지만 〈주온〉보다 복잡한 이야기 얼개를 가지고 있고 장르적으로도 다채롭다. 고전적인 심령 드라마를 큰 축으로 하지만 죽은 원혼들이 벌떡 일어나 움직일 때는 좀비 영화의 모양새를 띠고, 무엇보다 피해자 중 누가 지금의 어떤 사람으로 환생했는지, 다시 말해 단지 영화를 만들기 위해 모인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어떻게 전생에서의 운명의 끈으로 다시 모이게 됐는지를 풀어가는 미스터리 드라마의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스기우라의 전생이 드러나는 마지막 반전은 뒷골 서늘한 아찔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의 백미다. 보통 공포영화에서는 카메라가 피해자의 시선을 중심에 놓는 데 비해 사건 당시 교수가 한 손으로 칼을 휘두르며 다른 한 손으로는 카메라에 담았던 살인 장면을 화면 재생하는 식으로 가해자의 시선을 따라가는 것도 공포의 질감을 독특하게 조리하는 이 영화의 특징이다.
〈환생〉은 시미즈 다카시를 비롯해 〈링〉의 나카다 히데오, 〈강령〉의 구로사와 기요시 등 일본의 대표적인 공포영화 감독 6명과, 〈링〉 〈주온〉의 제작자 다카시게 이치세가 함께 만든 공포영화 전문제작사 ‘제이호러시어터’의 작품 가운데 한국에 첫 소개되는 영화다. 8일 개봉.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쇼박스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