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남자‘ 이준익 감독
‘왕의 남자’ 신화 잊고 ‘라디오 스타’ 전념
"전작에 대한 부담요? 전혀 없죠. '왕의 남자'는 '왕의 남자'고, '라디오 스타'는 '라디오 스타'이기 때문이죠."
우문현답이었다. 하긴 언제는 그가 명예나 부에 매달렸던가. '세속'적인 질문에 대한 답이 너무나 신속하고 명쾌해 순간적으로 민망함도 잊었다. 청량감을 느낄 정도였다.
영화 '왕의 남자'로 2006년 벽두부터 영화계를 넘어 한국 사회를 들썩이게 던 이준익(47) 감독은 현재 강원도 영월에서 차기작 '라디오 스타'(제작 씨네월드) 촬영에 한창이다.
'왕의 남자'의 비디오ㆍDVD가 대여순위 1위를 차지하며 한국 영화 흥행 신화의 기쁨을 연장시키고 있는 요즘이지만 그는 진작에 '라디오 스타'로 말을 갈아탔다. '왕의 남자'의 영광을 뒤로한 것은 물론이고, '왕의 남자'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좋은 영화 한 편 만들고 싶다는 생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는 상황에서 이렇듯 '초월'의 태도를 보이기는 쉽지 않을 터. 하지만 이 감독은 '왕의 남자' 이전과 별반 달라진 게 없어 보이니 놀라울 따름이다. 실제로 촬영장을 누비는 그의 몸짓에서는 여유로운 경쾌함이 묻어났다. 그것은 분명 욕심을 털어낸 자의 몸짓이었다.
'라디오 스타'는 한때 가수왕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으나 이제는 한물간 가수 최곤과 별반 능력 없는 그의 20년 지기 매니저 박민수의 이야기다. 그 둘이 강원도 라디오 방송국에까지 흘러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박중훈과 안성기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이 감독은 영화에 대해 "이제는 잘 찾지 않지만 과거에는 잘나갔던 라디오라는 매체의 스타를 그리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저 역시 어린 시절 라디오를 껴안고 이불 속에서 듣곤 했습니다. 그 시절의 경험이 정서적으로 많은 것을 안겨줬죠. 이젠 영상 매체에 익숙해지면서 라디오 스타의 가치가 잊혀가는 것 같은데, 이 영화는 20년째 같이 하는 스타와 매니저의 이야기를 라디오를 매개로 그리고 있습니다."
7일 공개된 촬영현장은 별마로 천문대에서 열린 라디오 공개방송 장면.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 100회 특집 공개방송에서 그룹 이스트 리버가 최곤의 유일한 히트곡인 '비와 당신'을 부르며 흥을 돋우는 신. 최곤을 맡은 박중훈은 긴 머리, 가죽바지에 빨간 티셔츠 차림으로 여전히 '젊은 오빠'이고 싶어하는 왕년의 스타로 분했고, 그 옆에서 안성기는 소심하고 착한 매니저의 모습으로 예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는 안성기, 박중훈과의 작업에 대해 "감독이 할 일이 없다"며 웃었다. "두 배우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분들이고, 그 화합이 대단합니다. 연기를 알아서 하니까 감독으로서는 거저먹는 것과 다름없지요. 한국 영화계의 두세 세대를 아우르는 두 배우의 모습을 한 이야기 속에 담음으로써 최근 한국 영화에서 그려지지 않는 깊은 삶의 맛들이 우러나오도록 할 겁니다. 지금까지도 둘의 삶의 질감이 너무나 풍성하게 배어나고 있지요. 영화 속에서 실제 두 배우가 지난 20년간 그려낸 것들이 새삼 넓고 싶다는 느낌을 이 영화를 통해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이 감독은 '라디오 스타'의 연출을 처음부터 맡을 생각은 없었다. "개인적으로 강하고 센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이 이야기는 덜 강해 보여 약간 꺼렸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까이 들여다보니 그 사람 사는 모습이, 작은 이야기에서 큰 울림을 내더군요. 그 값어치가 큰 이야기보다 모자람이 없었어요. 개인의 삶은 작지만, 그것이 자기 자신 안에서는 가장 큰 이야기라는 것을 보여주는 데 '라디오 스타'는 참 좋은 이야기입니다." 그는 극중 카메오 출연도 한다. 자장면 배달부 역을 맡은 단역배우가 촬영을 펑크내면서 얼떨결에 출연하게 된 것. 하지만 연기가 일회성으로 그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는 연기에 대한 욕심을 내비쳤다. "언젠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아직은 연기력이 없어서 안 되지만 나중에 누군가가 단편영화에 캐스팅해주면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해보고 싶어요. 그러다 장편 상업영화에서 조연급 정도까지 해보는 게 개인적인 욕심입니다. 그러나 내가 감독하는 영화에서는 아니구요." 이 감독의 경쾌한 행보가 이번에는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기대된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 (영월=연합뉴스)
7일 공개된 촬영현장은 별마로 천문대에서 열린 라디오 공개방송 장면.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 100회 특집 공개방송에서 그룹 이스트 리버가 최곤의 유일한 히트곡인 '비와 당신'을 부르며 흥을 돋우는 신. 최곤을 맡은 박중훈은 긴 머리, 가죽바지에 빨간 티셔츠 차림으로 여전히 '젊은 오빠'이고 싶어하는 왕년의 스타로 분했고, 그 옆에서 안성기는 소심하고 착한 매니저의 모습으로 예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는 안성기, 박중훈과의 작업에 대해 "감독이 할 일이 없다"며 웃었다. "두 배우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분들이고, 그 화합이 대단합니다. 연기를 알아서 하니까 감독으로서는 거저먹는 것과 다름없지요. 한국 영화계의 두세 세대를 아우르는 두 배우의 모습을 한 이야기 속에 담음으로써 최근 한국 영화에서 그려지지 않는 깊은 삶의 맛들이 우러나오도록 할 겁니다. 지금까지도 둘의 삶의 질감이 너무나 풍성하게 배어나고 있지요. 영화 속에서 실제 두 배우가 지난 20년간 그려낸 것들이 새삼 넓고 싶다는 느낌을 이 영화를 통해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이 감독은 '라디오 스타'의 연출을 처음부터 맡을 생각은 없었다. "개인적으로 강하고 센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이 이야기는 덜 강해 보여 약간 꺼렸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까이 들여다보니 그 사람 사는 모습이, 작은 이야기에서 큰 울림을 내더군요. 그 값어치가 큰 이야기보다 모자람이 없었어요. 개인의 삶은 작지만, 그것이 자기 자신 안에서는 가장 큰 이야기라는 것을 보여주는 데 '라디오 스타'는 참 좋은 이야기입니다." 그는 극중 카메오 출연도 한다. 자장면 배달부 역을 맡은 단역배우가 촬영을 펑크내면서 얼떨결에 출연하게 된 것. 하지만 연기가 일회성으로 그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는 연기에 대한 욕심을 내비쳤다. "언젠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아직은 연기력이 없어서 안 되지만 나중에 누군가가 단편영화에 캐스팅해주면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해보고 싶어요. 그러다 장편 상업영화에서 조연급 정도까지 해보는 게 개인적인 욕심입니다. 그러나 내가 감독하는 영화에서는 아니구요." 이 감독의 경쾌한 행보가 이번에는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기대된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 (영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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