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디오 스타’의 안성기와 박중훈. 씨네21
"20년 동안 붙어다녀 눈빛만 봐도 통하지요"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는 확실히 있다. 그들 '사이'에는 오랜 시간 켜켜이 쌓인 세월이 놓여 있다. 배우 안성기와 박중훈이 그렇다. 1987년 영화 '칠수와 만수'에서 시작된 둘의 호흡은 '투캅스'에서 정점을 이뤘고 이후 영화를 넘어 실제 생활에서 함께 한 시간으로 더욱 공고해졌다. 그런 그들이 '라디오 스타'를 통해 다시 환상의 호흡을 맞추고 있다. '왕의 남자'의 이준익 감독의 차기작이라는 점 때문에 더욱 화제가 되고 있는 '라디오 스타'에서 두 사람은 20년 지기 가수와 매니저의 이야기를 그린다. 박중훈은 한때 가수왕에 오르기도 했지만 이제는 한물간 왕년의 록스타 최곤을, 안성기는 그런 그를 여전히 '모시고' 있는 매니저 박민수를 맡았다. 7일 영월의 촬영장에서 만난 두 사람의 모습은 편안함 그 자체였다. 너무나 잘 알고 있어 굳이 '합'을 맞추지 않아도 되는 두 베테랑 배우에게서는 여유와 편안함이 묻어났다. 연기가 직업이요 일이지만 그 이전에 이번 영화는 한걸음 한걸음이 모두 즐거움으로 다가오는 듯했다. 그만큼 한 영화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 둘에게는 기쁨인 것이다. 안성기는 표정뿐 아니라 인터뷰에서도 이런 기쁨을 감추지 않는다. "'칠수와 만수' 때는 난 결혼했고 박중훈 씨는 총각이었지요. 그런데 지금은 난 애가 둘이고 박중훈 씨는 애가 셋이에요. 그 세월만큼 느낌이 굉장히 깊어지고 넓어진 것 같습니다. 또 훨씬 서로가 서로에게 익고, 호흡이 잘 맞아 즐겁습니다. 서로 모자란 부분을 만나면서 채워가고 있는데 박중훈 씨는 늘 즐겁고 나보다 아는 게 굉장히 많아 큰 보탬이 됩니다." 박중훈 역시 마찬가지. "87년도에 처음 선배님을 만났을 때는 굉장히 영광스러웠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20대와 30대로 만났던 우리가 지금은 40대와 50대가 됐지요. 그 시간만큼은 자연스럽게 변한 것 같아요. 그러나 그뿐,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붙어다니는 것은 별로 달라진 게 없거든요. 실생활과 영화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습니다."
영화의 주제곡이자, 극중 최곤의 유일한 히트곡인 '비와 당신'을 직접 부르며 노래 실력을 과시하는 박중훈은 "극중 직업이 가수인 만큼 가수로서 최선을 다한 것뿐이며 배우로서의 상식적인 노력을 한 것뿐"이라며 수줍어했다. 스타를 보필하는 매니저 역을 맡은 안성기는 "요즘에는 매니저가 상당히 비즈니스화돼 있다"면서 "이번 영화에서는 인간적인 접근을 통해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 극중 내 캐릭터가 좀 무능하긴 하지만, 희생이라는 것이 참 좋은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라디오 스타’의 안성기와 박중훈.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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