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유하 감독 “이야기의 힘을 믿는다”

등록 2006-06-09 09:26

영화 ‘비열한 거리’로 일상화된 폭력성 꼬집어
이제는 시인 보다는 영화 감독이라는 타이틀이 어울리게 된 유하 감독. 일반 시사회에서 관객의 사인 공세를 받을 만큼 '스타 감독'이 돼있다.

전작 '말죽거리 잔혹사'에 이어 또 다시 인간세상의 폭력성에 대한 고찰을 담은 '비열한 거리'를 들고 15일 관객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이미 '말죽거리 잔혹사'-'비열한 거리'에 이어 차기작 역시 폭력에 관한 영화를 만들겠다고 공공연히 밝혀 영화계에서는 '유하의 조폭 3부작'이라는 별칭을 붙이기까지 했다.

"이 영화의 흥행이 3부를 만들 수 있을지 가늠하지 않겠냐"고 말하지만 이미 그의 머릿속에는 폭력의 생성 과정, 폭력의 소비 과정에 이어 3부에서는 폭력이 결코 끊이지 않는 이유를 주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 둥지를 틀고 있다.

"'폭력성'이라는 단어를 개인적으로 '조폭성'이라는 단어로 치환했다"는 '비열한 거리'에서 그는 "자본주의내에서 조직화되고 집단화된 조직폭력배가 사실은 일상적인 우리의 모습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사실적인 조폭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병두는 우리의 자화상 같은 인물"

조인성이 연기한 병두는 어쩌면 우리가 흔히 만날 수 있는 인물이며, 우리 자신일 수 있다. '같이 밥먹는 입구녁(멍)'인 식구(食口)를 먹여살리기 위해 가장 가까운 이를 배신하고 스스로도 배신당하며, 자기 가족을 위해 남의 가족을 협박하는 모습은 살벌하면서도 낯설지 않다.

"지금까지 영화속에서 조직폭력배는 '타자(他者)'였고 그들의 폭력을 소비하는 영화였다면, 제가 그리고 싶었던 조폭은 어찌보면 가장 가부장적인 가치관을 가진 집단이며 현실의 이익을 위해서 비열하기 짝이 없는 우리들의 모습을 투영한 집단이었습니다."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권상우가 연기한 현수는 조폭의 탄생을 말했다. 평범한 한 인간이 자기가 가진 모든 걸 박탈당했다고 느꼈을 때 고작해야 폭력을 통해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던졌던 것. '비열한 거리'에서 병두는 먹고 먹히는, 마치 '동물의 왕국'에서 보여지는 동물들의 생존 전략을 그대로 답습이나 한 듯한 모습으로 폭력성을 소비하고 있다. 그런 병두를 혈연 관계의 가족이나 의리 관계의 조폭 식구들이 옭아매고 있다.


"제가 직장을 다녀보지는 않았지만 직장생활도 그런 것 같더군요. 자기가 올라가기 위해서 상사에게 잘 보이려 하고 자신도 모르는 새 동료를 헐뜯어야 하고. 인간사 어느 곳이나 그런 폭력성이 깃들어있죠."

◇"가장 익숙한 것이 가장 새로울 수 있다"

유 감독은 "이야기의 힘을 믿는다"는 말을 강조했다. 이야기를 만드는데 두 전작의 배 이상 가까운 공을 들였다. 이 때문에 조금 긴 듯한 2시간16분의 러닝타임은 이야기에 빠져들면 결코 길지 않게 느껴진다.

"조폭에 관한 영화, 많이 만들어져왔죠. 익숙한 이야기이지만 거기서 또 다른 새로움이 나올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동안 조폭이라는 집단이 관념적으로 그려졌다면, 제 영화의 변별성은 디테일과 리얼리티입니다."

그래서 액션이 날 것 그대로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액션이 아니라 진짜 싸움질이며, 심지어 개싸움과 같다"고 말할 정도로 '생짜' 액션이 화면에 담겨 있다.

"조금이라도 멋있게 보이면 NG를 불렀죠. 영웅화된, 미화시킨 싸움이 아니라 밥 벌어먹고 살기위해 야만성이 드러나는 액션을 원했습니다."

그래서 장르 영화로 머무를 수 있었던 조폭 영화가 그 틀을 벗어난 드라마 구조를 갖춘 영화로 완성됐다.

또한 더 센 액션을 주문했던 건 조인성에 대한 관객들의 고정된 이미지를 벗게 하기 위해서였다.

"드라마를 통해 본 조인성은 왠지 유약해 보이고 보호받아야할 것 같은 이미지죠. 그런 조인성이 진짜 조폭처럼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더 거칠고 강한 모습이 보여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관객에게 익숙한 이미지는 병두의 친구이자 영화감독인 민호(남궁민)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비열한 삶을 사는 조폭이지만 그 조폭을 움직이는 세상은 더욱 비열하죠. 자본주의 틀 속에서 속칭 '먹물'로 대표되는 영화감독 민호가 조폭 친구를 이용하는 모습을 통해 생활속에 교묘하게 자리잡고 있는 폭력성을 보여주려 했습니다."

유하 감독은 "어쩌면 한국 영화가 점점 놓치고 있는지 모르는 이야기의 힘을 믿고, 여전히 대한민국은 이야기가 발화될 여지가 많다고 본다"고 말하며 "그런 내 의도가 관객에게 어떻게 평가받을 지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한가지 우려섞인 질문을 던졌다. "영화를 보기도 전에 그저 조인성이라는 스타가 나온 조폭 장르 영화로만 여기면 어떻게 하느냐"는.

그의 대답은 명쾌했다. "조인성의 매력을 보러왔다 자기 삶을 돌아보게 되길 바란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 (서울=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