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강적’의 박중훈, 천정명 영화 ‘강적’의 두 주인공 박중훈(오른쪽), 천정명. (서울=연합뉴스)
영화 ‘강적’서 인질과 인질범으로 호흡
"죄송해요. 어제 토고 전 끝나고 새벽까지 길거리 응원을 하느라…."
천정명(26)이 약속시간보다 30분 늦게 나타나며 하는 말이었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선배 박중훈(40)은 "괜찮아. 월드컵이잖아. 무슨 아시안게임도 아니고…"라며 특유의 넉살과 재치로 후배의 긴장을 풀어줬다.
전날 밤 열린 토고전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탓에 14일 오전 만난 이들 배우와는 축구 이야기부터 시작하게됐다. 자신들이 주연한 영화 '강적'(감독 조민호, 제작 미로비전)이 월드컵 기간에 개봉하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월드컵은 월드컵이고 영화는 영화니까. 이미 박중훈은 "88서울 올림픽 때도 '매춘'은 흥행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둘 다 알고보니 대단한 축구광. 다른 나라 주전선수들의 이름까지 줄줄 꿰고 있는 천정명은 "2002년 월드컵 때는 거의 모든 한국경기를 경기장서 봤다"고 말했다.
박중훈 역시 "A매치의 80%를 직접 경기장서 본다"며 "지금도 영화 홍보만 아니면 집에서 TV를 끼고 살고 싶다"며 웃었다. 그는 2002년 월드컵 때 압구정동에서 트럭 위에 올라 '랄랄라 춤'을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천정명은 특히 "박지성 선수는 지칠줄 모르는 말과 같더라. 그라운드 끝에서 끝을 쉴새 없이 뛰어다니는데 정말 놀라왔다"며 감탄했다.
이 대목에서 물었다. '강적'에서의 액션 연기 역시 박지성만큼 대단해보였는데 힘들지 않았느냐고. 그는 '강적'에서 탈옥한 인질범 역을 맡아 러닝타임 내내 힘겨운 도주와 격투를 이어갔다. 몸을 던져 연기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천정명은 "별로 힘들지 않았다"며 싱긋 웃었다.
"액션 신을 한번 찍으려면 리허설을 대여섯번 하는데 그 과정에서 이미 체력이 소멸되곤 하죠. 그런 의미에서 힘이 들긴 하지만 그럼에도 재미있었기 때문에 별로 힘든 줄 모르고 촬영했습니다." 박중훈이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배우에게는 외적인 조건이 중요한데, 외모도 중요하지만 움직임의 모양새가 좋아야합니다. 정명이 한테는 몸의 모양새가 나요. 누가 그랬는데, 좋은 배우는 눈과 얼굴로도 연기하지만 팔로 연기한다는 거죠. 이번 영화에서 정명이는 그게 가능했어요." 극중 박중훈은 천정명에게 붙잡히는 인질이다. 그런데 그의 직업은 다름아닌 형사. 영화는 이 기막힌 상황에서 출발, 인질과 인질범 사이에 흐르는 인간적 교류에 초점을 맞췄다. 박중훈은 "감독을 보고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정글쥬스'로 사회 밑바닥과 마초들의 세계에 대해 재치있는 시선을 선보인 조민호 감독이 '강적'에서 뭔가를 보여줄 것이라 믿었다는 것. "실제로 개별적인 장면, 장면을 촬영할 때는 이러다 대형 사고 한번 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장 느낌이 아주 좋았어요. 즐겁게 촬영했습니다." 천정명이 몸을 던져 연기했다면, 박중훈은 한발 뒤로 물러서 그런 후배를 든든히 뒷받침하며 드라마에 개연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했다. 지난한 삶에 지쳐 경찰에서도 낙오자로 전락했으나, 밑바닥에는 민완형사로서의 본성이 남아있는 형사 성우를 박중훈은 결코 튀지 않으면서도 단단하게 그려냈다. 천정명은 "박중훈 선배님과 감독님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 이 영화 최대의 수확"이라며 "선배님은 촬영 내내 자상하게 배려해주셨다"고 말했다. 박중훈의 '배려'는 인터뷰 과정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강적'은 천정명을 위한 영화라는 그는 "정명이가 정말 잘해줬다. 앞으로도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 좋은 배우가 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배우로서의 태가 갖춰져있지 않은가"라며 칭찬했다. 실제로 '강적'의 최대 수혜자는 천정명이다. 드라마 '패션 '70', '굿바이 솔로'로 상승무드를 타고 있는 그는 부드러운 외모에 반하는 반항적인 연기가 어필하면서 최근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강적'에서의 밑바닥 인생까지 보태지면서 그는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게됐다. "영화를 앞두고 조폭도 직접 만나는 등 간접 경험을 많이 했다"는 천정명은 "내 안에 여러가지 면이 있는 것 같다. 그것들이 차례로 연기를 통해 보여지는 것 같다.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강적'을 찍은 만큼 수없이 들었을 질문이지만 물었다. 인생의 '강적'이 뭐냐고. 박중훈이 "나 자신"이라고 대답하자, 천정명은 "나도 마찬가지"라며 "선배님의 말이 너무 멋있어서 나도 따라하기로 했다"며 웃었다. 박중훈은 "나 자신을 이기는 것이 제일 어렵다. 왜냐하면 노력하지 않아도 탓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병적이다 싶을 정도로 부단히 자신을 채찍질하며 사는 박중훈. 그를 역할 모델 삼아 성장하겠다는 천정명. 이 두 사람이 땀냄새 나게 부딪힌 '강적'은 22일 개봉한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 (서울=연합뉴스)
"액션 신을 한번 찍으려면 리허설을 대여섯번 하는데 그 과정에서 이미 체력이 소멸되곤 하죠. 그런 의미에서 힘이 들긴 하지만 그럼에도 재미있었기 때문에 별로 힘든 줄 모르고 촬영했습니다." 박중훈이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배우에게는 외적인 조건이 중요한데, 외모도 중요하지만 움직임의 모양새가 좋아야합니다. 정명이 한테는 몸의 모양새가 나요. 누가 그랬는데, 좋은 배우는 눈과 얼굴로도 연기하지만 팔로 연기한다는 거죠. 이번 영화에서 정명이는 그게 가능했어요." 극중 박중훈은 천정명에게 붙잡히는 인질이다. 그런데 그의 직업은 다름아닌 형사. 영화는 이 기막힌 상황에서 출발, 인질과 인질범 사이에 흐르는 인간적 교류에 초점을 맞췄다. 박중훈은 "감독을 보고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정글쥬스'로 사회 밑바닥과 마초들의 세계에 대해 재치있는 시선을 선보인 조민호 감독이 '강적'에서 뭔가를 보여줄 것이라 믿었다는 것. "실제로 개별적인 장면, 장면을 촬영할 때는 이러다 대형 사고 한번 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장 느낌이 아주 좋았어요. 즐겁게 촬영했습니다." 천정명이 몸을 던져 연기했다면, 박중훈은 한발 뒤로 물러서 그런 후배를 든든히 뒷받침하며 드라마에 개연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했다. 지난한 삶에 지쳐 경찰에서도 낙오자로 전락했으나, 밑바닥에는 민완형사로서의 본성이 남아있는 형사 성우를 박중훈은 결코 튀지 않으면서도 단단하게 그려냈다. 천정명은 "박중훈 선배님과 감독님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 이 영화 최대의 수확"이라며 "선배님은 촬영 내내 자상하게 배려해주셨다"고 말했다. 박중훈의 '배려'는 인터뷰 과정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강적'은 천정명을 위한 영화라는 그는 "정명이가 정말 잘해줬다. 앞으로도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 좋은 배우가 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배우로서의 태가 갖춰져있지 않은가"라며 칭찬했다. 실제로 '강적'의 최대 수혜자는 천정명이다. 드라마 '패션 '70', '굿바이 솔로'로 상승무드를 타고 있는 그는 부드러운 외모에 반하는 반항적인 연기가 어필하면서 최근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강적'에서의 밑바닥 인생까지 보태지면서 그는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게됐다. "영화를 앞두고 조폭도 직접 만나는 등 간접 경험을 많이 했다"는 천정명은 "내 안에 여러가지 면이 있는 것 같다. 그것들이 차례로 연기를 통해 보여지는 것 같다.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강적'을 찍은 만큼 수없이 들었을 질문이지만 물었다. 인생의 '강적'이 뭐냐고. 박중훈이 "나 자신"이라고 대답하자, 천정명은 "나도 마찬가지"라며 "선배님의 말이 너무 멋있어서 나도 따라하기로 했다"며 웃었다. 박중훈은 "나 자신을 이기는 것이 제일 어렵다. 왜냐하면 노력하지 않아도 탓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병적이다 싶을 정도로 부단히 자신을 채찍질하며 사는 박중훈. 그를 역할 모델 삼아 성장하겠다는 천정명. 이 두 사람이 땀냄새 나게 부딪힌 '강적'은 22일 개봉한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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