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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영화 ‘강적’, 꼬일 대로 꼬인 두 남자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등록 2006-06-14 19:49

일상에서 주변 사람을 ‘강적’이라고 부를 때, 그 뜻은 대체로 반어적이다. 정말 실력 있고 강한 사람을 일컫기보다, 하라는 일 안 하고 뭉개고 아무리 독려하고 다그쳐도 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대책 안 서는 사람을 지칭할 때가 많다. 영화 〈강적〉의 두 남자 주인공이 딱 그 짝이다.

성우(박중훈)는 강력계 형사다. 과거엔 괜찮은 형사였는데 아들이 중병으로 앓아눕고 부인이 집을 나가 버린 뒤로 유흥가의 뒷돈 뜯어먹고 사는 구악 경찰이 돼 버렸다. 아들 수술비 6천만원을 구해야 하는데 그마저 마련하지 못하는 자신을 보면서 자포자기 상태에 빠진다. 뒷돈 뜯으러 간 사이에 파트너 형사가 살인범에게 살해당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설상가상으로 탈옥범 수현(천정명)의 인질이 돼 그에게 끌려다니기까지 한다. 경찰이 탈옥범의 인질이 되어서는 탈옥범 잡을 생각은 안 하고 한다는 소리가 “나를 빨리 쏴 죽이고 도망 가!”이다. 진짜로 죽여달라는 눈빛이다. ‘강적’이다.

수현은 고아원에서 자랐는데, 고아원장이 실은 조직폭력배 두목으로 고아들을 키워 부하로 만든다. 수현은 조폭 생활이 싫어서 그곳을 나와 장사를 하는데 조폭 두목이 반대파 조직원을 기습하는 일을 수현에게 시킨다. “이게 마지막”이라며 그 일을 하다가 경찰에 붙잡힌 수현은 자기가 저지르지 않은 살인 혐의까지 뒤집어쓰게 된다. 살기 위해 탈옥하는 수현은 성우보다는 정상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을 구하지 못하며 자신에게 누명을 씌우려는 쪽에 적극적으로 저항하려 하지도 않는다. 탈옥범 신세에 어디 하나 기댈 데도 마땅치 않다. 그도 ‘강적’이다.

이렇게 대책 안 서는 캐릭터들은, 남의 속을 터지게 하긴 하지만 욕심 없는 그 기질에 악인이 되지도 못한다. 그런 캐릭터와, 그들이 몰리고 몰리다가 벼랑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수동적인 영웅담은 소박하고 인간적인 맛이 있다. 거기에 초점을 맞춘 〈강적〉은 예상대로 두 남자 캐릭터가 연대하는 짝패 영화(버디 무비)로 나아간다. 캐릭터 설정, 두 캐릭터가 엮이게 되는 상황, 문제를 푸는 방식을 하나하나 놓고 보면 논리적으로 잘 짜여 있다. 하지만 캐릭터 묘사와 사건의 진행이 서로 호흡을 잘 맞추지 못할 때가 있고, 일부 에피소드는 너무 늦게 등장해 리듬에 혼선을 주기도 한다. 그 속에서 과하다 싶을 땐 누르고 약하다 싶을 땐 키우는 박중훈의 연기의 노련미가 눈에 띈다. 〈정글 쥬스〉의 조민호 감독이 연출했다. 22일 개봉.

임범 기자 isman@hani.co.kr

사진 올댓시네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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