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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영화 ‘티켓’, 황금종려상 세 감독과 떠난 옴니버스 기차여행

등록 2006-06-19 19:29

에르만노 올미, 아바스 키아로스타미, 켄 로치 등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감독 3명이 참여한 영화 〈티켓〉은 〈텐미니츠〉 시리즈나 〈에로스〉와 같은 거장 감독들의 옴니버스 영화들과 약간 다르다. 보통의 옴니버스 영화는 주제만 같게 설정하고 나머지는 감독 각자가 알아서 찍어 전체적으로 산만한 느낌을 주는 데 반해 이 영화는 마치 느슨하게 이야기를 짠 한편의 장편영화처럼 느껴진다. 세 에피소드는 모두 로마행 기차를 배경으로 각각 1, 2, 3등석에서 벌어지는 사연을 다루는데, 각 에피소드의 등장인물들이 겹치고 스치듯 만나기도 한다.

에르만노 올미는 기차여행이 주는 로망을 서정적으로 그렸다. 출장갔다가 귀성열차 1등석을 탄 노신사는 출장길에서 친절하게 자신의 편의를 봐준 젊은 여직원에게 감사의 편지를 쓰면서 어릴 적 첫사랑까지 떠올리며 달콤한 몽상에 빠진다.

키아로스타미는 좁은 기찻간 속에서의 속박과 탈출을 다룬다. 2등석 표를 가지고 남의 자리인 1등석에 앉고도 자리 주인에게 욕을 퍼붓는 심술궂은 노파에게 온갖 무시와 굴욕을 당하던 자원봉사 청년이 벌떡 일어나 떠나가 버리고 노파는 처량하게 남는다. 전체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켄 로치의 작품은 기존의 켄 로치 연출작들에 비해 발랄하고 유쾌하며 낭만적이라고 할 만큼 따스한 기운이 넘친다. 자신의 정치적 관심사와 입장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다른 감독과의 호흡을 위해 어깨에 힘을 뺀 감독의 노회함이 돋보이는 영화다.

켄 로치 영화가 수시로 등장시켜온 노동계급의 세 젊은이가 이 작품의 주인공이다. 스코틀랜드에서 슈퍼마켓 점원으로 일하는 이들은 축구광으로 로마에 축구를 보러 간다. 기차에서 축구복 티셔츠를 입은 알바니아 소년과 말을 트게 된 이들은 잔뜩 싸온 샌드위치도 나눠주고 친해진다. 그러나 이 중 한명이 티켓을 잃어버리자 이들은 소년과 가족들을 의심한다. 난민과 별 볼일 없는 실패자들의 갈등 구도는 거칠어질 수밖에 없지만 감독은 이 문제를 정면돌파하기보다 실패자들의 캐릭터에 애정을 담뿍 담아 이야기의 무게를 덜어내는 기지를 발휘한다. 표를 잃어버리고 벌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에서 비상금 대신 튀어나오는 이탈리아제 구두(그중 한명이 비상금을 털어 몰래 산 것이다), 감옥갈 걱정보다 감옥에 텔레비전이 없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축구 중계를 봐야 하기 때문에!) 등으로 소리를 지르며 싸우는 세 친구는 마치 할리우드 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얼간이 짝패들처럼 웃음을 자아낸다. 23일 개봉.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하이퍼텍나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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