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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한국 영화 사상 첫 임금·단체교섭 시작

등록 2006-06-26 09:30

제작가협회와 노조 27일 정식 상견례
한국 영화계 사상 처음으로 임금 및 단체교섭이 시도된다. 한마디로 충무로에도 '노사협약'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여기서 '노동자' 측은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이하 노조)이고, '사용자' 측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이하 제협)이다.

제협은 23일 차승재 싸이더스FNH 대표를 단장으로, MK픽쳐스ㆍ시네마서비스ㆍ프라임엔터테인먼트ㆍ제네시스픽쳐스ㆍ프리시네마 등 5개 제작사의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교섭단을 꾸렸다. 양측은 교섭에 앞서 27일 오전 10시 영화진흥위원회 사무실에서 첫 정식 상견례를 마련할 예정이다.

제협의 장동찬 사무처장은 "영화노조 측에서 22일 저녁 상견례와 절차합의 등 두가지 요구사항과 함께 26~28일 사이에 협상을 하자고 제안해와 23일 부랴부랴 교섭단을 조직했다"면서 "그러나 노조가 요구한 절차가 무려 12가지 세부사항으로 구성돼 있어 이에 대한 제협의 의견을 수렴할 시간이 부족해, 일단 상견례만이라도 먼저 하자고 노조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협의 제안에 노조가 26일 정오까지 응하면 27일 첫 정식 상견례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조의 최진욱 위원장은 "노조가 요구한 협상 절차에 대해 제협이 복잡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모르겠다"면서도 "그러나 일단 상견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27일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양측의 입장을 살펴볼 때, 본격 협상을 위해서는 절차에서부터 넘어야 할 산이 많겠지만 일단 원활한 협상에 대한 의지만큼은 서로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비약적인 산업적 발전에 발맞춰 한국 영화계의 구조적 합리화를 향한 발걸음 역시 첫삽을 뜨게 됐다.

제협에 임금 및 단체교섭을 요구한 노조는 지난해 12월 조감독, 촬영감독, 조명, 미술 등 스태프가 연대해 출범식을 열었다. 1월2일 노동부 설립신고증을 취득하면서 합법적인 노동자단체가 됐고 민주노총공공연맹 산하로 편입됐다.

노조는 출범식에서 "스태프가 건강해야 한국영화가 강해지며 근로기준법 적용은 한국영화산업 경쟁력의 출발"이라고 선언한 뒤 이번 임금 및 단체교섭에 앞서 ▲일요일 등 휴일보장 ▲4대 보험 가입 ▲주급제 도입 ▲1주 60시간, 1일 12시간 최장근로시간 상한제 도입 ▲근로기준법 등에 따른 초과수당 지급 ▲조합원 우선 채용 ▲성희롱 금지 ▲산업안전보건법 준수 ▲업무상 재해발생시 반드시 산재처리 ▲노동조합활동 보장 등 10가지 요구안을 마련했다.


최 위원장은 "7년 정도의 기간을 거쳐 노조를 만들었고, 드디어 교섭에 들어간다"면서 "이번 교섭은 지금껏 구태의연하게 넘겨왔던 사항들을 점검하며 산업가이드라인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노조뿐 아니라 제작자 측의 리스크를 줄여나갈 수 있고 결국에는 제작자들도 이익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갈수록 권력화돼 가는 배우와 매니지먼트사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어 "최근 2개월간에도 영화계에서 임금체불 6건, 산업재해가 5건 발생한 것으로 안다"면서 "문화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의 취지에는 물론 공감하나 영화계는 스크린쿼터 수호를 외치기 전, 한국영화가 착취와 불합리한 환경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깨닫고 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협의 장 사무처장은 "다같은 영화인으로서 고생했고, 이만큼 영화계를 이끌어온 것도 인정한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이번 협상을 그야말로 노사협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영화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한 직장개념으로만 보고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한다면 제협 역시 철저히 사측의 개념으로 갈 수밖에 없다. 협상은 하되 같은 영화인으로서의 자세는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스태프가 마치 금속노조처럼 낮에만 일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렇다면 야간작업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 등 영화 현장에서는 특수성이 굉장히 많이 존재한다"면서 "또한 제작사들이 합의를 해도 투자사가 협조하지 않을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 그럴 경우에는 모든 책임을 제작사가 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26일 현재까지 제협 교섭단에 위임장을 제출한 제작사는 20개사. 국내에는 1천600개의 영화 제작사가 있고, 그중 제협 회원사는 62개사다.

장 사무처장은 "위임장을 제출한 20개사 중에는 한국영화의 40%를 제작하는 메이저 5개사가 포함돼 있다"면서 "수년간 한편도 못 만드는 제작사가 많고 그들은 이번 협상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당분간 추가 위임장을 접수받겠지만 적정한 선에서 마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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