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버지와 마리와 나'로 4년 만에 연출
"새로운 밀레니엄은 빠르고 '뺀질뺀질'합니다. 반면 우리 영화는 느리고 약간 모자라지만 여유 있는 가치관들이 있던 과거를 상징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더 많아져야 한층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이무영 감독이 4년 만에 내놓는 '아버지와 마리와 나'를 통해 대중과의 소통을 시도한다.
2002년 데뷔작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를 통해 제목만큼 독특한 시선과 영화적 상상력을 과시했으나 극장가에서는 참패했던 그가 이번에는 달라진 모습이다.
정작 본인은 "달라진다고 해도 얼마나 달라지겠는가"라며 웃지만 이번 영화는 확실히 전작에 비해 따뜻하고 살갑다. 전작이 전복적이었다면 이번 영화는 신파적이기까지 하니 그의 변화에 관심이 간다.
"제 기본적인 가치관이나 사고에 변화가 있겠습니까만 그래도 사람이 나이가 드는 것은 정말 큰 의미인 것 같아요. 그렇다고 제가 기존의 생각을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나이가 드니까 관객, 주변 사람과의 소통이 어떤 것인지 좀더 생각해보게 되네요.(웃음)"
이제는 한물 가 피폐해진 삶을 사는 왕년의 인기 록가수(김상중 분)와 그런 아버지처럼은 살지 않겠다는 아들(김흥수), 그리고 이들의 삶에 불쑥 끼어든 미혼모(유인영). 영화는 이들이 한집에 살면서 지지고 볶는 모습을 그리면서 각박한 현대사회를 구제할 수 있는 것은 인간애라고 역설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전작이나 이번 작품이나 거시적 관점에서는 흡사하다. 인류애적인 사고방식과 거기서 비롯되는 대안가족의 모습이 그렇다. 극중 '아버지'가 '마리'를 받아들이는 것은 아무 생각 없이 하는 즉흥적 행동 같지만 사실은 갈 곳이 없는 '마리'를 딸처럼 품어주는 것이다.
"혈연 중심의 가족 이기주의를 그린 영화는 많이 있습니다. 그런 현실을 간과할 수는 없지만 지구상에서 넓게, 인류애적 관점에서 보면 대안가족은 낯선 게 아닐 겁니다. 지난번에는 이러한 생각을 다소 우스꽝스럽게 그렸다면 이번에는 좀 진지하게 접근한 셈이죠."
이 감독은 "차인표, 신애라 부부가 굉장히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불임으로 고생하고 계신 분들 중에서 젊고 진보적인 분들도 의외로 입양을 못하더군요. 그렇다고 제가 그렇게 할 수 있다, 없다를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변에서 그러한 가족을 잘 끌어가는 분들을 보면 존경스럽습니다." 주인공은 세 명이지만 그중에서도 이 영화는 '아버지'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들이 보기엔 한심하기 그지없는 인생이지만 아버지'는 자기가 생각하는 가치관이 뚜렷한 사람이다. 감독은 이 캐릭터를 가수 한대수에게서 빌려왔다. "한대수 씨는 개인적으로 제게 절친한 형님입니다. 그분의 삶과 캐릭터에서 영감을 얻었는데, 한대수씨는 자신을 버리고 간 첫번째 부인이 병들어 돌아오자 현재 살고 있는 두번째 부인의 양해를 얻어 그녀를 지극정성으로 돌봤습니다. 누가 보면 바보 같은 행동이지만 이 세상에는 그런 사람이 너무 없어 삭막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자연스럽게 영화의 메시지가 나온다. "외관상으로 '아버지'는 대한민국의 낙오자입니다. 소비지향적으로 변하는 대중음악계에서 볼 때도 그는 뒤떨어져있죠. 대책 없이 이상향을 꿈꾸는 히피 같은 사람입니다. 이 영화는 그런 사회의 낙오자, 옛날 사람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 과연 그것이 나쁘냐는 것이죠." 한편 '아버지와 마리와 나'는 CJ엔터테인먼트가 지원하는 HD영화다. 덕분에 이 감독은 현재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바이퍼(viper)라는 카메라로 작업 중이다. "필름은 환경의 적이잖아요. 디지털 영화가 세계적인 대안으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작업이 한국영화의 기술적 진보를 위한 교두보가 되길 바랍니다." 전작의 흥행 참패로 두번째 작품 연출까지 4년을 기다려야 했던 그는 "이번 영화는 반응이 좀 있어서 또다시 새로운 영화를 할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란다"며 웃었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 감독은 "차인표, 신애라 부부가 굉장히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불임으로 고생하고 계신 분들 중에서 젊고 진보적인 분들도 의외로 입양을 못하더군요. 그렇다고 제가 그렇게 할 수 있다, 없다를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변에서 그러한 가족을 잘 끌어가는 분들을 보면 존경스럽습니다." 주인공은 세 명이지만 그중에서도 이 영화는 '아버지'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들이 보기엔 한심하기 그지없는 인생이지만 아버지'는 자기가 생각하는 가치관이 뚜렷한 사람이다. 감독은 이 캐릭터를 가수 한대수에게서 빌려왔다. "한대수 씨는 개인적으로 제게 절친한 형님입니다. 그분의 삶과 캐릭터에서 영감을 얻었는데, 한대수씨는 자신을 버리고 간 첫번째 부인이 병들어 돌아오자 현재 살고 있는 두번째 부인의 양해를 얻어 그녀를 지극정성으로 돌봤습니다. 누가 보면 바보 같은 행동이지만 이 세상에는 그런 사람이 너무 없어 삭막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자연스럽게 영화의 메시지가 나온다. "외관상으로 '아버지'는 대한민국의 낙오자입니다. 소비지향적으로 변하는 대중음악계에서 볼 때도 그는 뒤떨어져있죠. 대책 없이 이상향을 꿈꾸는 히피 같은 사람입니다. 이 영화는 그런 사회의 낙오자, 옛날 사람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 과연 그것이 나쁘냐는 것이죠." 한편 '아버지와 마리와 나'는 CJ엔터테인먼트가 지원하는 HD영화다. 덕분에 이 감독은 현재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바이퍼(viper)라는 카메라로 작업 중이다. "필름은 환경의 적이잖아요. 디지털 영화가 세계적인 대안으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작업이 한국영화의 기술적 진보를 위한 교두보가 되길 바랍니다." 전작의 흥행 참패로 두번째 작품 연출까지 4년을 기다려야 했던 그는 "이번 영화는 반응이 좀 있어서 또다시 새로운 영화를 할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란다"며 웃었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 (서울=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