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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영화 ‘수퍼맨 리턴즈’, 지구를 구하라 딱 26년 전처럼

등록 2006-06-26 19:53수정 2006-06-27 07:48

시리즈 3편 전형적 줄거리
최고 제작비·싱어 감독 ‘화제’
하지만 2% 부족한 밋밋함
똑같은 영웅이라고 해도 수퍼맨은 배트맨이나 스파이더맨과 태생적으로 다르다. 배트맨과 스파이더맨은 평범한 인간으로 태어났다가, 부단한 수련이나 우연한 사고로 남다른 능력을 갖게 됐다. 이 능력을 어떻게 쓸지의 결정은 전적으로 자기 몫이다. 반면 수퍼맨은 다른 행성에서 태어난 외계인이다. 초인적인 힘도 날 때부터 주어졌다. 외계인 아버지가 남겨준 사명도 있다. “인간은 위대해지길 꿈꾸며 잠재력이 있다. … 그 선한 인간들을 위해 널 보낸다.” 어쩌면 수퍼맨은 영웅보다 구세주에 가깝다.

1978년과 80년에 나온 〈슈퍼맨〉 1, 2편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수퍼맨 리턴즈〉는 사반세기 만에 시리즈를 다시 시작하면서, 외계인 아버지의 말로 도입부를 연다. “너는 너의 눈으로 아버지의 삶을, 나는 나의 눈으로 너의 삶을 볼지니, 아들은 아버지가, 아버지는 아들이 된다.” 마치 성경의 한 구절 같다.

〈수퍼맨 리턴즈〉의 제작비는 2억5천만달러로 영화 사상 최고다. 그러나 그보다 눈길을 끄는 건 감독 브라이언 싱어(41)이다. 흥미진진한 스릴러 〈유주얼 서스펙트〉로 화제를 모으더니, 처연한 감동을 자아내는 독특한 슈퍼 히어로 영화 〈엑스맨〉 1, 2편으로 다시 관객들을 매혹시켰다. 그는 〈엑스맨〉 3편의 연출을 마다하고 〈수퍼맨 리턴즈〉로 달려가면서 “나는 수퍼맨과 동질감을 느낀다. (수퍼맨처럼) 입양됐고 외아들인 나는 그가 다른 세계에서 온, 완전한 이방인이라는 점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영웅은 사회의 내부에서 만들어지지만, 구세주는 외부에서 온다. 거기서 많은 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지구에서 사라진 수퍼맨(브랜든 루스)이 5년 만에 돌아온다. 그 사이에 고향인 크립톤 행성을 찾아갔으나, 사라진 행성의 폐허만 목격하고 왔다. 연정을 품었던 여기자 로이스(케이트 보즈워스)가 그동안 다른 남자와 결혼했고 아들까지 낳았다. 악당 렉스(케빈 스페이시)는 감옥에서 풀려나 재기할 준비를 완료했다. 이후의 이야기는 뜻밖이다 싶을 만큼, 수퍼맨 이야기의 전형을 벗어나지 않는다. 수퍼맨에게서, 그만의 고뇌를 찾기도 힘들다. 배트맨처럼 단독자의 고독을 느끼는 듯도 하지만 분명치 않다. 사랑하는 여자가 본래의 자기를 몰라주는 데서 오는 스파이더맨의 괴로움은, 본래 모습이 수퍼맨인 그에게는 해당 사항이 아니다.

이따금씩 로이스에게 연정의 눈빛을 보낼 뿐 특별한 표정변화 없이 인간을 구하는 일을 수행하는 수퍼맨을 통해, 영화는 수퍼맨 이야기의 전형을 다시 다듬는다. 마치 버그가 발생해 이지러진 컴퓨터 화면을 맑게 하기 위해 ‘리셋’ 버튼을 누르는 것 같다. 그를 통해 싱어 감독이 어릴 때 간직했던 ‘수퍼맨 세계’의 원형을 찾아간다. 수퍼맨이 추락하는 비행기를 한 손으로 막고, 대륙 하나를 등에 짊어지고 하늘로 올리는 스펙터클도 현란하고 자극적이기보다 우아하고 고전적으로 연출된다. 수퍼맨의 액션은 중력 등 자연의 법칙과의 싸움이며, 놀랍게도 인간과 싸우는 장면이 없다.

이 영화는 ‘완전한 이방인’이 사회 내부로 들어오는, 다시 말해 구세주가 속세의 인간으로 내려앉는, 긴 서사극의 도입부처럼 보이기도 한다. 후반부의 유일한 반전은 좀더 세속적인 또다른 수퍼맨의 등장을 예고하며, 이미 싱어 감독의 속편 연출이 발표된 상태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영화만 놓고 보면, 여러 미덕에도 불구하고 평이하고 밋밋하다. 싱어 감독에 대한 기대치를 만족시키기에는 2%보다 조금 더 부족해 보인다. 28일 개봉.

임범 기자 isman@hani.co.kr


사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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