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을 잃어버린 첩보원 본 아이덴티티(M 밤 11시40분)=프랑스 남부 바다에서 어부들에게 발견된 남자는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한다. 유일한 단서로 남아있던 스위스 은행의 비밀금고를 열어봐도 거기에는 각기 다른 국적의 여권이 5개나 들어있다. 제이슨 본이라는 이름만을 건진 채 여전히 자신의 정체를 알지 못하는 남자는 역시 알 수 없는 이들로부터 추격을 당하고 이 과정에서 서서히 자신의 실체와 과거의 베일이 벗겨지기 시작한다. 지적인 이미지의 맷 데이먼을 액션 스타로 탈바꿈시킨 <본 아이덴티티>는 첩보액션영화임을 내세우면서도 이런 장르에 필수요소라고 여겨져왔던 명분을 지워버리고 적과 나를 가르지 않는다. 제이슨 본이 속해있는 트레드스톤이라는 조직은 유럽에 잠입해서 필요에 따라 정보수집에서 암살까지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고 그 역할이 실패하면 수행원을 가차없이 제거한다. 여기에는 오로지 미국의 국가적 이익만이 개입된다. 따라서 제이슨 본이 ‘아이덴티티’를 찾아가는 과정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동시에 추악한 과거를 파헤치면서 그 과거의 정체성을 해체해가는 과정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긴박감있는 자동차 추격 장면이 볼거리. 12살 이상 시청가.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