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73일로 축소된 스크린쿼터 시행을 하루 앞둔 6월30일 정지영 감독(문화침략 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대책위 공동위원장)이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1인 시위에 나섰다. “처음 싸움을 시작할 때는 호응도 없고 냉소적인 반응도 많아서 힘들었지만 점차 영화인들이 스크린쿼터와 연계해서 비판한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의 문제점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많아져서 보람을 느낀다”고 소회를 말한 그는 “이제 협정 무기한 연기를 위한 투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라고 밝혔다.
스크린쿼터 축소 이후의 전망에 대해 정 감독은 “당장 가시적으로 문제가 드러나지는 않겠지만 투자가 위축되면서 제작편수가 줄어들게 되는 양적인 문제는 2,3년 안에 드러날 것”이라면서 “더 안타까운 건 질적인 문제인데 투자가 위축되면 당연히 안전한 작품을 선택할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스타배우, 스타감독 없이 한국영화 흥행기록을 깬 <왕의 남자>와 같은 작품은 나올 가능성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랫동안 독립운동가 김산의 일대기를 다룬 <아리랑>의 영화화를 준비해온 그는 “나의 본업은 여전히 영화감독이고 지금도 틈틈이 시나리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나 뿐만 아니라 다른 감독들도 작품을 통해 발언하는게 가장 중요한 일일 텐데 많은 영화인들이 작품이 아닌 것에 모든 에너지를 소진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스크린쿼터 축소가 시행되더라도 동료 영화인들이 패배주의에 빠져서는 안되고 7월1일 집회와 문화제를 통해 결속된 의지를 다짐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투쟁의 방향이나 전술이 바뀌더라도 궁극적 목표는 “스크린쿼터의 원상회복”이라고 단호히 말한 정 감독은 “이제라도 정부가 협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다는 건 반가운 일이며 앞으로는 협정을 반드시 해야하는 것이라는 전제를 달지 말고, 왜 이것이 필요한지, 언제 어떻게 추진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열어놓는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4일 정 감독과 영화인대책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배우 안성기씨의 시위로 시작된 영화인 1인시위는 축소 전의 스크린쿼터 일수인 146일간 진행되며 오는 7월 3일 임권택 감독의 마지막 참여로 끝을 맺게 된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