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일본 야욕에 맞서 주권을 지켜라!

등록 2006-07-03 19:09

‘한반도’ 어떤 내용?
가까운 미래, 남한과 북한 정부가 경의선 철도의 완전 개통에 합의했다. 그러자 갑자기 일본 정부가 100년전 대한제국과 합의한 문서를 근거로 경의선 운영권이 일본에 있다고 주장하며 개통에 반대한다. 개통을 단행하면 한국에 줬거나 줄 기술과 자본을 모두 철수하겠다고 협박한다. 미국은 일본의 주장이 정당하다면서 일본을 지지하며, 중국·소련도 거기에 암묵적으로 동조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일본은 자위대 함대를 동해 군사분계선 바로 앞으로 출동시키는 무력시위까지 감행한다.

정부 안에서는 경제적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일본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는 쪽과 그럴 수 없다는 쪽으로 편이 갈린다. 국무총리(문성근)가 전자를 대표한다면, 후자를 대표하는 건 대통령(안성기)이다. 고심하는 대통령 앞에 경의선 운영권 이양 문서에 찍힌 대한제국의 국새가 가짜이며 진짜 국새는 다른 곳에 숨겨져 있다고 주장하는 역사학자 최민재(조재현)가 나타난다. 대통령은 진짜 국새를 찾을 특별팀을 꾸리지만, 정부 안에 국새가 나타나길 원치 않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후 영화는 국새를 찾으려는 쪽과 그걸 방해하는 쪽, 다시말해 국가 주권을 세우려는 쪽과 강대국에 의존하고 살 수밖에 없다는 쪽의 대결로 치닫는다.

<한반도>는 국가 주권을 위협하는 외세와 맞서면서 민족적 자긍심을 세워가는 이들을 그린, 다분히 선동적인 영화다. 거기서 문제가 되는 건 상황 설정의 비약과, 정치역학 관계 묘사의 단순화이다. 비약과 단순화는 픽션에서 불가피한 요소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에선 그게 몇 겹 쌓이면서 이야기의 현실감을 떨어뜨린다. 또 지금같은 자본의 세계화 시대에 민족주의 하나로 전선을 나누려는 태도는 위험할 수 있다. 가공된 적을 앞에 세워 강한 지도자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몇 곳의 연출엔 국가주의라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있다. 웅변적인 대사를 계속 외치는 인물들의 입체감이 약하고, 강우석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영화의 리듬도 불안정하다.

영화는 최민재의 입을 빌어 과거든 현재든 “문제는 내부의 적”이라고 말한다. 영화에 현실감이 살아날 때는 ‘내부의 적’에 대해 단호하던 영화가 주춤거릴 때이다. 강대국에 의존하고 살 수밖에 없음을 강변하는 총리나 원로 정치인들의 대사가 이따금식 섬뜩할 만큼 실감을 준다. 대북 정책를 말할 때는, 현실 정치의 구도가 그대로 반영되는 듯하다. 이를 통해 영화는 이들의 입장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대하면서 동시에 이들을 응징하는 카타르시스적 구조를 포기하고, 이들과 대통령의 입장을 평행선에 놓는다. 민족주의에 감정적으로 호소하면서 ‘민족주의의 적’들의 구체적 세계관 앞에서 신중해진다. <한반도>는 그 자체로, 한국의 정치·이념 지형에서 민족주의가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읽게 할 역설적인 텍스트이기도 한 듯하다.

임범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