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70·앞줄 가운데) 감독이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스크린쿼터 축소반대 1인시위’ 146일 대장정의 마지막 주자로 시위에 마친 뒤 함께 참여했던 영화인 100여명과 함께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관련기사 27면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영화인 ‘1인 시위’ 마지막 주자 임권택 감독
임권택(70) 감독이 지난 2월4일부터 시작된 ‘스크린쿼터 축소반대 1인시위’ 146일 대장정의 마지막 주자로 나섰다. 봄부터 <천년학>의 촬영에 여념이 없던 임 감독은 3일 오후 메가폰 대신 ‘스크린쿼터 원상회복을 위한 투쟁, 오늘부터 시작입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오후 6시부터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80년대부터 지금까지 감독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데는 스크린쿼터라는 한국 영화의 보호막이 있었고, 또 그 덕에 영화제 등을 통해 한국 영화를 조금이나마 세계에 알리는 데 일조할 수 있었다”고 임 감독은 말문을 열었다.
임 감독은 “한국 영화 의무상영 일수가 줄어들면 극장은 당연히 한국 영화를 덜 찾게 되고 이것이 투자의 위축과 제작 현장의 침체로 이어질 것은 당연한 미래”라며 “그렇게 몰락했을 때를 대비한 아무런 보호장치도 없이 스크린쿼터를 축소하면 결국 무너져도 회생할 수 없는 지경이 될 것이 몹시 걱정된다”고 말했다.
1999년 정부의 쿼터 축소 가능 공식발표에 항의해 삭발시위를 하는 등 영화인들의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온 임 감독은 “스크린쿼터 축소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요새 한국 영화가 잘되기 때문에 그 힘으로 계속 밀어붙이면 된다고 말하지만 충무로가 지금과 같은 활기를 얻게 된 건 불과 2, 3년 사이이며, 몇십년 동안 현장을 겪은 나로서도 처음 보는, 한국 영화사상 유례가 없는 현상인데 이게 저절로 오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나이 든 나야 영화를 만들기 힘들어지면 그만둬도 상관없겠지만 우리 영화를 이어가야 할 젊은 세대가 이로 인해 받을 타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1인시위를 마무리하는 이날 임권택 감독의 뒤에는 축소 전 스크린쿼터 시행 일수와 같은 146일 동안 1인시위에 참여했던 영화인들이 다시 모였다. 안성기, 정지영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대책위 공동위원장을 비롯한 영화인들과, 영화인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시민단체 대표 등 100여명은 1인시위 때 본인이 들었던 피켓을 다시 들고 저녁 8시까지 1인시위를 마무리하는 정리집회를 열어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 철회와 문화주권 사수를 위해 계속 싸워나갈 것”을 다짐했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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