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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저주받은 심장 담긴 함, 열려라 얍!

등록 2006-07-05 20:27수정 2006-07-06 02:01

캐리비언의 해적: 망자의 함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이 대서양을 평정하기 이전, 그러니까 해적의 시대에 바다를 지배하던 전설적인 해적이 있었다. 1편의 주인공 잭 스패로우(조니 뎁)? 아니다. ‘데비 존스’라는 이름의 그 사나이는 바다의 제왕으로 군림하다가 난데없이 한 여자와의 사랑으로 괴로워했고, 그 괴로움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자기 심장을 칼로 도려내 함에 담았다. 그 함을 외딴곳에 파묻은 데비 존스는 죽지도 않고 반송장으로 남아 바다를 떠돈다. 바다에서 죽거나, 죽어가는 이들과 노예계약을 맺어 그들을 선원으로 삼아 ‘플라잉 더치맨’이라는 배를 이끄는 그는, 여전히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바다 속 공포의 제왕이다.

‘바다 제왕’과 싸우는 조니 뎁… 개성있는 낭만·유머 매력적

황당한 이야기다. 그러나 ‘플라잉 더치맨’호가 물밑에서 떠올라 그 모습을 드러낼 때면, 공포와 설렘과 유머까지 동반하는 이야기의 세계가 펼쳐진다. 바다의 노예로 긴 세월을 보낸 선원들은, 그 세월의 정도에 따라 인간에서 해물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다. 얼굴의 반쯤을 따개비가 뒤덮은 이, 팔이 집게발이 된 이, 아예 머리가 철갑상어가 된 이, 머리가 한바퀴 돌면 소라 껍질 속으로 들어가는 이…. 거기서 저주받은 운명들의 비애감이 전해지는데 그 느낌이 뜻밖에도 낭만적이다.

〈캐리비언의 해적: 망자의 함〉은 낭만과 유머, 방랑자적 자유에 대한 동경 같은 전편의 특장을 더 풍부하게 살려낸다. 느슨하게 전개되던 전편에 비해 이야기가 촘촘해졌고, 제작비가 1억5천만달러에서 2억달러로 늘어난 만큼 볼거리도 많아졌다.

주인공 잭 스패로우는? 어떤 사연으로 그는 데비 존스와 싸우거나 타협해야만 하는 처지다. 그래서 데비 존스의 심장이 담긴 함을 노리고, 이 함을 제국주의 세력을 대표하는 동인도회사도 노린다. 이런 식으로 전편의 구도를 확대 재생산하는데, 여기에는 전편에서 잭이 술에 취해 성사되지 못했던 엘리자베스(키라 나이틀리)와의 로맨스도 포함된다. 엘리자베스는 남자답고 정의감 있고 헌신적인 모범생 캐릭터 윌 터너(올랜도 블룸)과 결혼을 약속해 놓고서, 공동체에 헌신할 생각이라곤 전혀 없는 개인주의자이자 대책없는 떠돌이인 잭에게 자꾸 마음이 끌린다. 그걸 전혀 뜻밖의 방식으로 드러내면서 불거지는 이 영화의 로맨스도 개성있고 매력적이다.


슈퍼맨, 엑스맨 같은 영웅들의 무용담으로 가득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사이에서 항상 술 취한 듯 비틀대고 여차하면 혼자 도망가는, 반영웅이라고도 할 수 없는 몰골의 잭이 가진 개성은 밉지가 않다. 그가 어쩔 수 없이 혼자서 숭고하게 적과 맞서야 하는 순간을 맞아 칼을 높이 들 때, 그 표정과 폼이 많이 웃긴다.

임범 기자 isman@hani.co.kr

사진 브에나비스타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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