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래식 음악 전문잡지의 표지를 장식하는 음악가 모항쥬에게 어린 시절 기숙학교 동창이었던 페피노가 찾아온다. 페피노는 난데없이 두터운 일기책을 펴며 모항쥬의 기억 속에 가물가물한 그러나 오늘의 그가 있게 했던 소년 시절로 초대한다.
성공한 현재의 주인공이 과거를 회상하는 <시네마 천국>처럼 <코러스>는 나이든 모항쥬를 통해 궁핍했지만 꿈이 있었던 그 시절로 들어간다. 성인 모항쥬는 <시네마 천국>에서 편집된 키스장면을 보며 눈물짓던 성인 토토역의 자크 페렝이 다시 맡았다. 2차대전 직후 실패한 작곡가인 마티유는 가난한 아이들의 시골 기숙학교에 음악교사로 부임한다. 마티유는 오로지 훈장과 승진에만 관심있는 교장 아래서 꾸지람과 징벌만 존재하는 교육방식에 불만을 가진다. 그러나 그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처럼 낭만적 열정으로 넘치는 사람이 아니다. 동글동글하고 순한 소시민적 외모의 소유자인 그는 정직하기는 하지만 비범하지는 않은 인물이다. 가방 속에 자신의 작품과 음악적 열정을 꽁꽁 잠궈뒀던 그는 우연히 아이들이 흥얼거리는 노랫소리를 들으며 합창단을 만들고 엉덩이에 하나씩 뿔을 달고 있는 것처럼 보이던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면서 변하기 시작한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흥행 1위를 차지한 영화 <코러스>는 <죽은 시인의 사회>의 어린이 버전 같은 영화다. 열기보다는 온기가 더 강하다. 지독한 말썽꾸러기들과 독불장군 교장이 노래를 통해 너무 쉽게 순화되는 과정이 어설프고 억지스러워 보이기는 하지만 마티유를 키팅처럼 매력적인 반영웅으로 그리지 않으려는 담백함과 영화 전체를 감싸는 소년합창단의 맑은 노랫소리가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적 허술함에 너그러워지도록 인도한다. 4일 개봉.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젊은기획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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