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마파도’ 실한 엉덩이! 이리 좀 와봐라

등록 2005-03-07 17:24수정 2005-03-07 17:24

1등에 당첨된 로또 복권이 사라졌다. 전직 조폭인 신 사장의 당첨 로또를 들고 튄 대담한 도적은 다방 종업원 장미다. 신 사장은 부패한 경찰 충수(이문식)와 자신의 ‘똘마니’이자 장미의 애인인 재철(이정진)을 장미의 고향인 전라도의 외진 섬 마파도로 보낸다. 그러나 일주일에 한번 배가 오가는 마파도에 도착한 두 사내를 기다리는 건 장미와 160억원짜리 종이쪽지가 아니라 20년 동안 남자 구경 한번 못한 다섯명의 할머니들이다.

〈마파도〉는 여운계, 김을동, 김수미, 김형자 등 스크린의 변방에 머물던 중년 배우들을 전면에 끌고 온다는 점에서 〈고독이 몸부림칠 때〉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마파도〉의 관심은 노년의 풍경이 아니라 사라진 외지인과 원주민의 ‘대결’이다. 낚시꾼으로 가장해 마파도에 머무는 두 남자는 어수룩해 보이는 보이는 할머니들을 살살 꼬드겨 장미의 행방을 쉽게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몇십년 만에 보는 ‘실한 엉덩이’를 스스럼없이 토닥거리는 할머니들의 우격다짐 앞에서 이들은 충직한 마을 머슴이 돼간다.

예상했던 수순이다. 아무리 사악한 마음이라도 포근하게 감싸고 사르르 녹여버릴 것 같은 마파도의 여유로운 풍경이 펼쳐지는 순간 관객은 영화가 어떻게 흘러갈지 정확하게 감잡을 수 있다. 각자 ‘과부 경력’ 몇십년씩을 자랑하는 여배우들의 캐릭터가 어떤 개성을 지닐지는 흥미롭지만 영화는 여기에서도 별다른 캐릭터를 가다듬는 데 신경쓰지 않고, 그저 억척과 순박이라는 고답적인 이미지만을 심심하게 나열한다. 그 결과 두 남자와 할머니들이 만드는 에피소드는 벌통의 꿀을 훔쳐먹다 벌에 쏘이고(외지인) 구박을 하면서도 정성스레 된장을 발라주는 정도(원주민)의 낡은 이야기들로 메워진다. 11일 개봉.

김은형 기자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