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콜라
매주 토요일 오전 1시10분, 켜진 텔레비전보다 꺼진 그것이 많은 늦은 밤 한국방송 제1텔레비전에서 방송되는 프로그램이 있다. ‘KBS 독립영화관’, 국내에서 유일한 독립영화 프로그램이다. 지난 2001년 5월 방영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450여편의 국내외 독립영화들을 방송해왔다.
하지만 시청률 조사기관인 티엔에스 미디어 코리아의 최근 조사결과를 보면, ‘독립영화관’의 평균 시청률은 1%를 넘지 않는다. 초라한 시청률은 이 프로그램의 발목을 잡았다. 최근 한국방송의 가을 프로그램 개편에서 ‘독립영화관’ 폐지 논의가 오갔다. 한국독립영화협회는 물론, 각 지역 독립영화 단체, 문화연대, 한국영화감독조합 등 영화 관련 단체들은 즉각 공동성명서를 발표하면서 반대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때마침 한국방송 쪽은 사장 선임 문제 등 복잡한 내부사정 때문에 개편 자체를 연기할 수밖에 없었고, ‘독립영화관’의 폐지도 일단 보류됐다.
하지만 ‘독립영화관’의 폐지 논란은 언제든, 아마도 조만간 또다시 불붙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바닥을 헤매고 있는 시청률이 갑자기 뛰어오를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방송국 쪽이 프로그램 폐지의 유혹을 떨쳐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영화 관계자들과 관련 단체들은 저조한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독립영화관’ 폐지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독립영화관’은 거의 유일하게 일반인들에게 독립영화를, 다시 말해 다양한 영상문화를 경험할 수 있게 하는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저예산인데다 대중적이지도 않은 독립영화들의 경우, 상업영화들처럼 스크린을 많이 확보할 수도, 마케팅비를 지출할 수도 없다. 따라서 일반인들에게 독립영화를 소개하는 데 있어서 공공의 자산인 지상파 방송의 역할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방송사들은 대중들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청률이 낮아 광고가 붙지 않는다는 이유로 독립영화 관련 프로그램의 편성을 게을리 해왔다. 상업영화 방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거액을 선투자하기도 하고, 똑같은 상업영화를 여러번 재방송하면서도, 참신한 독립영화들한테는 단 한 번의 방송 기회조차 주지 않아 왔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의 방송들이 자국 영화산업 발전과 다양한 영화문화를 추구하기 위해 독립영화 및 단편영화들을 정규 프로그램화하고 있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독립영화관’의 역할은 단순한 영화소개 프로그램 이상이었다. ‘독립영화관’은 극장에서 상영되지 못했거나 제한적으로 상영된 독립영화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해서 ‘상영’했다.
한국방송은 공영방송이고, ‘독립영화관’이 방영되는 제1 텔레비전의 경우 광고도 없다. 따라서 문화다양성 차원에서라도 ‘독립영화관’ 혹은 그런 유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편성할 ‘의무’와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낮은 시청률? 방송사 처지에서야 어쨌든 간과할 수 없는 문제겠지만, 시청률을 높일 수 있는 시간대로 편성시간을 바꾸는 등 ‘일단’ 의미있는 프로그램을 살리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부터 해보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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