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아야! 허술한 구성을 부탁해
김선아는 흥행에서 ‘이름값’을 하는 몇 안되는 충무로 여배우 가운데 하나다.
〈잠복근무〉는 코믹연기에서 자신의 입지를 확실하게 굳힌 김선아의 이름값을 최대로 활용하려는 영화다. 여기에 그동안 김선아가 주로 출연했던 로맨틱코미디에서는 웃기는 표정에 가려 별 기량을 발휘하지 않던 늘씬한 몸과 팔다리까지 카메라의 앵글을 확장시킨다. 웃음과 액션, 그리고 김선아라는 흥행의 안전판을 몇겹으로 두른 셈이다.
신분을 숨기고 범행현장에 잠입해 하는 ‘잠복근무’가 특장인 강력계 형사 천재인(김선아)에게 여고 교실로 잠입하라는 임무가 떨어진다. 조폭 부두목 차영재를 잡으려고 그의 딸 차승희(남상미)를 포섭하는 게 재인의 역할. 학창시절 주먹짱이었다가 개과천선한 재인에게 학교는 지옥보다 괴로운 곳이다. 성질 죽이고 적응하는 일에만도 고군분투인 재인에게 아이들은 끊임없이 시비를 걸어오고, 자신처럼 정체가 모호한 남학생 박노영(공유)은 재인의 임무수행에 슬쩍 끼어든다.
〈잠복근무〉는 ‘늙다리’ 학생이야기라는 점에서 〈두사부일체〉를, 여성 액션 드라마라는 점에서 〈조폭마누라〉를 떠올리게 한다. 웃음의 코드도 두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닳고 닳은 성인이지만 잘생긴 가짜 학생 노영만 보면 짝사랑에 빠진 여고생처럼 다소곳해지는 재인의 변신 정도다. 코미디, 액션, 로맨스 모든 면에서 〈잠복근무〉는 이야기를 만들어가기보다 김선아라는 안전판에만 의존한다. 아이들한테 윽박지르다가 노영을 보고 움찔하거나 차승희에게 면박당하고 뻘줌해하는 김선아의 연기 순발력은 기지가 넘치지만 많이 봐왔기 때문에 새삼 감탄스럽지는 않다.
이야기의 이음새는 허술하고 상투적인 단말마적 개그와 액션장면을 이어붙인 듯한 구성은 김선아 혼자만의 분투로는 메우기 힘든 빈틈이고, 도리어 배우의 이미지가 남용된다는 느낌만 줄 뿐이다. 〈S 다이어리〉에서 그랬듯 공유는 무던한 조역 연기를 해낸다. 박광춘 감독. 17일 개봉.
김은형 기자, 사진 아이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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