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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내 안의 다중성을 사랑해”

등록 2007-01-08 17:03수정 2007-01-08 17:06

<허브>의 강혜정
<허브>의 강혜정
<허브>의 강혜정
강혜정(25)과 이야기할 땐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해죽거리는 장난끼가 갑작스럽게 웅숭 깊은 조숙함으로 둔갑한다. 남성 정장에 운동화를 신고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기에 그런 스타일을 좋아하냐고 물었더니, 강혜정은 바짝 다가 앉아 수업시간에 몰래 장난을 걸듯 눈을 찡긋했다. “사실 그냥 (코디가) 주는대로 입어요.” 이럴 땐 목소리도 어린아이 같은 생기로 찰랑댄다.

정신연령 7살인 20살 배역…“전작과 다른 캐릭터에 끌려
똑같은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아, 반복하는 건 일상으로 충분”

그의 이미지는 경계를 즈려밟는다. 소녀이면서 소년 같다. <웰컴투 동막골>의 천진난만한 여일이자 상대의 마음을 쥐락펴락할 법한 <연애의 목적>의 여성 홍이다. 그의 선택은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는 관객을 대신해 영화 속에서나마 제도권이나 갑갑한 도덕, 상식 밖을 탐험해 줄듯 하다.

11일 개봉하는 <허브>(감독 허인무)의 내용은 전작들에 비해 예측이 가능하다. 20살이지만 정신은 7살인 정신지체3급 상은(강혜정)과 죽음을 코 앞에 둔 어머니 혜숙(배종옥) 사이에 오가는 대사는 오차 없이 눈물샘을 공략한다. 영화는 착해지기로 작정한 듯하다. “좀 착하면 안돼요? 시나리오 읽고 확 당기는 걸 골라요. 제가 해왔던 것과 캐릭터가 얼마나 다른가를 봐요. 똑같은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아요. 재미가 없어요. 반복하는 건 일상으로 충분해요.”

연인 종범(정경호)에게 상은이 이별을 통보하는 장면에선 뜬금없이 상은이 자라버린 느낌이라고 그에게 딴죽을 걸었다. “상은의 성장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장면이에요. 스스로 해야할 일이 뭔지 깨닫고 선택하는 거죠. 그 전에 암시를 주는 장면이 여럿 나와요. 밝고 어린 상은에게 익숙해져서 (기자가 단초들을) 놓친 게 아닐까요?” 그는 ‘나는 당신과 의견이 다르다’라고 분명한 선을 긋는다. 어떤 질문이건 예의상 동의하며 얼버무리고 가지 않는다.

“촬영 현장에선 열번이고 곱씹어보고 진짜 아닐 때는 얘기를 해요. 욱하는 성질이 있어서 말이 먼저 나가기도 하죠. 저는 뭘 해야하는지 모르고는 절대 못해요.” 자유로워 보여 그렇게 자랐는지 궁금했다. “아버지가 엄격했어요. 해 지기 전에 반드시 집에 들어와야 했어요. 그래서 해가 짧은 겨울 방학이 제일 저주스러웠죠. 공부해라 그런 말씀은 안하셨는데 몇가지 규칙을 어기면 벌을 받았어요. 중학교 때 제가 스스로 머리카락을 잘라 까까머리가 된 적이 었어요. 옷도 남자애들처럼 입고요. 보수적인 편이던 아버지한테 반항하려고요. 그런데 딱 20살이 되니까 집에서 완전히 독립하라고 하셨어요. 경제적으로도. 자유가 이렇게 무서운건지 그땐 몰랐어요.(웃음)”


최루성 영화의 관습을 아슬아슬 변주하는 <허브>의 흡입력은 배우들의 연기에서 나온다. 강혜정은 검은 눈망울을 굴리며 맑고 어눌한 목소리로 상은의 이야기를 푼다. “모델이 없으니까, 이게 상은이가 맞을까 고민도 되더라고요. 계산하지 않고 세상을 보는 시각을 가지는 게 만만치 않았어요.”

지난해 그가 이를 교정하자 성형 논란이 일 정도로 그의 이미지는 변했다. 어색하지 않을까? “저를 생각해서 해주는 질문이라면 감사합니다. <올드보이> <나비>…. 출연한 영화에서 제가 절 보면 항상 어색해요. 여일(<웰컴 투 동막골>)과 미도(<올드보이>)는 전혀 다른 얼굴이에요. 상은이에서 제가 변했다고 하시는데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아요. 저는 다중성이 있고 그 다중성을 사랑해요.”

강혜정은 <허브> 다음에는 “엉뚱한 멜로”라는 <세탁소>에 출연할 예정이다.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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