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개봉하는 영화 <주먹이 운다>의 두 주역, 류승범 최민식 /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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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이 운다'는 40대 자유로움의 발로 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 배우 최민식과 영화 '주먹이 운다' 덕분에 마주 앉았다. 영화야 시사회를 통해 입소문이 나고 있고, 최민식의 연기야 보탤 말이 더 없는 상황. 게다가 그는 이미 제작보고회나 시사회 직후 영화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좀 비켜가자. 사는 얘기부터 시작하자. ▲AS가 절실하다 그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휴식이다. "내가 무슨 팔자에도 없는 권투를 한다고…"라며 잔뜩 너스레를 떤 그는 실제로 '주먹이 운다'를 끝낸 지금 연료가 바닥이 났다.
"96년도에 형수가 형이랑 나랑 억지로 병원에 집어넣고 종합검진을 받게 한 후 지금까지 한번도 건강을 돌보지 않았다. 쉬면서 종합검진도 받고 운동도 좀 꾸준히 해야겠다. AS를 받아야하는 상황이다. 소속사에도 당분간은 시나리오를 보지 않겠다고 했다." 현재 촬영 중인 '친절한 금자씨'의 촬영이 끝나고 '주먹이 운다'가 개봉하면 그는 물 밑으로 푹 잠수할 것이다. 부인과 여행도 많이 다닐 생각. ▲절대 손해보는 장사 안한다 그가 '주먹이 운다'를 선택한 것은 '이기심'의 발로다. "내가 무슨 교육자도 아니고…, 절대 손해보는 장사 안 한다. 저 친구한테 배워야할 점이 뭔가 있고 그럼으로써 서로 시너지 효과가 있을 때 같이 한다. 배우로서의 이기심이다. 물론 될성부른 친구한테는 선배로서 자꾸 뭔가 이야기를 해주게 된다. 연기로 밥을 먹고 사는데 대한 책임감과 직업의식 등. 이러한 작업은 서로에게 윈윈이다." '주먹이 운다'가 그에게 남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너무 많은 자극이 됐다. 그들의 감각과 열정은 확실히 다르다. 젊은 피를 수혈했다"는 그는 "이런 친구들이 진짜 잘되야 한다. 아니, 내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이들 형제는 고생을 안다. 고생을 해봤기 때문에 지금의 '자세'가 나오는 것이다. 이런 친구들이 잘되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언제까지나 '원 톱'일 것만 같아 보이는 그가 '이기심'이었다고는 하지만 곁을 내주고 후배들과 작업한 것은, 그리고 이렇게 흡족해하는 모습을 보니 한국 영화계가 절로 살이 찌는 느낌이다. ▲연기는, 인생은 절대 계획대로 안된다. 욕심을 부리면. "계획을 세운다고 일이 그렇게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은 애저녁에 알았다. 그것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짓이다." 연기에 대한 올바른 열정과 단단한 직업 의식이 있다면 길은 열리고, 결과도 그에 따라온다는 것. 그는 이 대목에서 단호했다. "TV 드라마에 8년간 출연했다. 그러다 96년 연극 '택시 드리벌'에 자극을 받은 후 심각하게 고민했다. 20대 청춘 다 바쳐서 연극하던 놈이 지금 이꼴이 뭔가 싶더라. 물론 방송 출연료는 꼬박꼬박 통장을 살찌웠고 덕분에 생활은 너무 안락했다. 하지만 이러려고 배우한 게 아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그는 로드 매니저가 도망을 가버릴 정도로 바쁜 스케줄 속에서 쳇바퀴를 돌고 있었다. 그러나 연기를 하는 게 아니었다. '기계적인 생활'이었을 뿐. 그는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성공했다. "난 내 자신에 솔직했을 뿐이지만 그 덕분에 결과가 좋았던 것 같다. 언제 영화를 하고, 언제 상을 받고, 언제 얼마를 벌고…. 이런 식의 사고를 했다면 일이 잘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연기자는 연기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갖고 있을 때에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것. ▲'주먹이 운다'는 몸부림이다 최민식은 복싱이 주요한 소재인 '주먹이 운다'로 체력의 끝을 경험했다. 오죽하면 "이제 이런 것 절대로 안한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까. 그는 "복싱은 예전에 좀 해봤고 또 승범이와 이야기를 반씩 나누는 것이기 때문에 솔직히 그렇게 힘들까 싶었다. 류승완 감독도 '형님 복싱은 반타작만 하면 됩니다. 푹 쉬다가 잠깐 나오고 푹 쉬다가 잠깐 나오면 됩니다' 했다. 그런데 웬걸. 끝까지 갔다"며 웃었다. '주먹이 운다'의 강태식은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 출신이지만 현재는 길 위에서 매 맞아 돈을 버는 신세. 그는 아들에게 떳떳한 아버지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신인왕전에 도전한다. 이를 위해 영화는 마지막에 실제 복싱 경기 6회전을 재현했다. "감기 몸살이 지독하게 걸려 죽을 고생을 했다. 해열제를 맞으며 촬영했는데 잠깐 스치기만 해도 살갗이 찢어지는 느낌이었다. 주인공의 실제 처지처럼 우리의 연기 역시 몸부림이었다." 올해로 마흔셋. "이제는 남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는다"며 웃는 최민식의 얼굴에서는 편안한 여유가 느껴졌다. (서울/연합뉴스)
'주먹이 운다'의 류승범 “권투는 인생이랑 많이 닮았어요”
또래의 배우 중 류승범(25)만큼 영리함과 성실함을 함께 갖춘 연기자가 또 있을까?
2000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통해 세상에서 스크린 속으로 불쑥 들어온 이 배우는 지난 몇 년 사이 비슷한 나이 때의 배우들에 비해 소란스럽지는 않지만 가장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4월 1일 개봉하는 '주먹이 운다'는 그런 의미에서 그에게 또 다른 도전이자 기회였던 것 같다. 길거리에서 매맞아 돈을 버는 한물 간 권투선수 태식(최민식)과 패기와 깡이 전부인 소년교도소 출신 권투선수 상환(류승범)의 두 축으로 진행되는 이 영화에서 그는 최민식의 카리스마에 눌리지 않고 당당히 영화의 한 축을 이끌어가고 있다.
인파이터형 청년배우인 그가 아웃복서 스타일의 베테랑 배우 최민식과의 연기 대결에서 대등한 승부를 펼치고 있는 것. 수개월의 힘든 훈련 끝에 복서의 유니폼을 입었던 류승범은 다른 배우들에게는 없는 독특한 표정으로 반항아의 눈물을 보여준다.
■권투는 링 안의 작은 인생
그가 연기하는 상환은 그닥 하고 싶은 일도, 인생의 목표도 없는 그런 친구다. '사고'를 치고 들어간 소년교도소에서도 그의 삶은 딱히 달라질 게 없는 것. 그런 그에게 아버지의 사고사와 할머니의 입원 소식은 권투라는 인생의 돌파구를 던져준다.
"평발인데다 워낙 운동을 그다지 즐기는 스타일이 아니다"라는 류승범은 영화 속 복서 변신을 위해 촬영이 시작되기 수개월 전부터 운동선수처럼 지냈다. 정식 운동시간만 해도 하루 네 시간. 틈나는 대로 샌드백을 치고 줄넘기를 해야 했다.
반 년간을 권투선수로 보낸 그에게 복싱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류승범은 "권투는 인생"이라고 정의했다.
"인생이랑 많이 닮았어요. 상대방이 휘청거릴 때는 자만하기도 하고 또 쉼없이 고난의 순간을 극복해 내야 하며, 슬픈 현실이지만 상대방을 쓰러뜨려야 내가 살아남을 수 있잖아요. 냉혹하지만 결국 자기 혼자 서야 한다는 사실도 그렇고요."
■후배 이전에 최민식의 열정적인 팬
최민식은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류승범에 대해 "무서운 배우"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전작 '올드보이'를 촬영할 때도 꼭 같이 연기해보고 싶다는 말을 했을 정도.
류승범은 "선배의 칭찬에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모를 정도다. 살가운 후배가 되지 못했던 게 아쉽다"며 말을 이어나갔다.
"사실은 저야말로 정말 선배님의 열정적인 팬이었거든요. 출연하는 영화는 대부분 빼놓지 않고 봐왔어요. 영화를 통해 배우로서의 에너지를 얻기도 했고요. 처음 같이 연기하게 됐다고 했을 때는 정말 황홀했죠."
영화의 후반 두 사람의 경기 장면은 연출 없이 실제 시합으로 촬영됐다. '접근전', 혹은 '상환 우세', '태식 우세' 정도의 방향 외에는 직접 사투가 벌어진 것이다.
아무리 시합이라도 선배에게 주먹을 날리는 일은 쉽지 않았을 듯. 게다가 시합 당시 최민식은 독감으로 몸도 못 가눌 정도의 상태였다.
"정말 가슴이 아팠죠. 하지만 일단 링에 올라 공이 울리니 때리지 않으면 맞는다는 동물적인 감각이 살아나더군요. '땡' 소리가 울린 뒤 그저 최선을 다했습니다."
■형의 영화라서가 아니라 류승완 감독의 영화라서 출연
형인 류승완 감독은 최근 영화의 시사회가 끝난 뒤 '형제끼리'라는 말이 부담스럽다고 말한 적 있다. 이는 류승범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그는 "솔직히 형의 영화에 출연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형이 아니라 작품 자체를 보고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다른 배우 혹은 다른 감독들과 똑같아요. 감독은 배우가 필요해서 접촉하고 배우는 작품을 원해서 출연하는 거죠. 아무리 형제지간이라고 해도 서로에게 직업이고 일이니까요."
원래 다른 영화에 출연할 계획이었지만 그는 시나리오와 캐릭터의 실제 모델인 서철 씨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두말할 것 없이 한번 살아볼 만한 영화다"는 판단을 내렸고 바로 몸 만들기에 들어갔다.
■상환의 눈물은 삶의 고단함 느끼는 모든 사람들의 눈물
좀처럼 가족사 얘기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이 영화에 자신의 경험이 들어 있다고 털어놓았다. 바로 나문희가 연기한 할머니 캐릭터가 그것이다. 그는 "할머니 캐릭터는 우리 형제의 이야기에서 빌려온 것"이라고 말했다.
"친구들과 만나 얘기하다보면 할머니 손에서 자란 사람들 사이에는 철없는 손자의 회한이라는 뭔가 미묘한 공통점이 있더군요. 영화 속 할머니와 상환의 관계에서도 그런 점이 들어가 있습니다."
류승범은 영화 속 인상이 깊었던 장면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신인왕전 경기 장면과 함께 경기 후 할머니와 껴안는 신을 꼽았다.
"상환의 눈물은 의미가 있는 오열(嗚咽)이에요. 청년 실업자, 사업이 잘 안풀리시는 분들, 일에 힘들어하는 직장인들까지 삶의 고단함이 없는 분들이 얼마나 있겠어요. 단지 상환만의 오열이 아니라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이 자신의 처지에서 쏟아내는 오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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