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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21 10:20 수정 : 2005.03.21 10:20

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 배우 최민식과 영화 '주먹이 운다' 덕분에 마주 앉았다. 영화야 시사회를 통해 입소문이 나고 있고, 최민식의 연기야 보탤 말이 더 없는 상황. 게다가 그는 이미 제작보고회나 시사회 직후 영화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좀 비켜가자. 사는 얘기부터 시작하자.

△AS가 절실하다 = 그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휴식이다.

"내가 무슨 팔자에도 없는 권투를 한다고…"라며 잔뜩 너스레를 떤 그는 실제로 '주먹이 운다'를 끝낸 지금 연료가 바닥이 났다.

"96년도에 형수가 형이랑 나랑 억지로 병원에 집어넣고 종합검진을 받게 한 후지금까지 한번도 건강을 돌보지 않았다. 쉬면서 종합검진도 받고 운동도 좀 꾸준히해야겠다.

AS를 받아야하는 상황이다. 소속사에도 당분간은 시나리오를 보지 않겠다고 했다." 현재 촬영 중인 '친절한 금자씨'의 촬영이 끝나고 '주먹이 운다'가 개봉하면 그는 물 밑으로 푹 잠수할 것이다. 부인과 여행도 많이 다닐 생각.

△절대 손해보는 장사 안한다 = 그가 '주먹이 운다'를 선택한 것은 '이기심'의 발로다. "내가 무슨 교육자도 아니고…, 절대 손해보는 장사 안 한다. 저 친구한테 배워야할 점이 뭔가 있고 그럼으로써 서로 시너지 효과가 있을 때 같이 한다. 배우로서의 이기심이다.

물론 될성부른 친구한테는 선배로서 자꾸 뭔가 이야기를 해주게 된다. 연기로 밥을 먹고 사는데 대한 책임감과 직업의식 등. 이러한 작업은 서로에게 윈윈이다."


'주먹이 운다'가 그에게 남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너무 많은 자극이 됐다. 그들의 감각과 열정은 확실히 다르다. 젊은 피를 수혈했다"는 그는 "이런 친구들이 진짜 잘 돼야 한다. 아니, 내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이들 형제는 고생을 안다. 고생을 해봤기 때문에 지금의 '자세'가 나오는 것이다.이런 친구들이 잘되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언제까지나 '원 톱'일 것만 같아 보이는 그가 '이기심'이었다고는 하지만 곁을내주고 후배들과 작업한 것은, 그리고 이렇게 흡족해하는 모습을 보니 한국 영화계가 절로 살이 찌는 느낌이다.

△연기는, 인생은 절대 계획대로 안된다.= 욕심을 부리면. "계획을 세운다고 일이 그렇게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은 애저녁에 알았다. 그것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짓이다." 연기에 대한 올바른 열정과 단단한 직업 의식이 있다면 길은 열리고, 결과도 그에 따라온다는 것. 그는 이 대목에서 단호했다.

"TV 드라마에 8년간 출연했다. 그러다 96년 연극 '택시 드리벌'에 자극을 받은후 심각하게 고민했다. 20대 청춘 다 바쳐서 연극하던 놈이 지금 이꼴이 뭔가 싶더라. 물론 방송 출연료는 꼬박꼬박 통장을 살찌웠고 덕분에 생활은 너무 안락했다.

하지만 이러려고 배우한 게 아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그는 로드 매니저가 도망을 가버릴 정도로 바쁜 스케줄 속에서 쳇바퀴를돌고 있었다. 그러나 연기를 하는 게 아니었다. '기계적인 생활'이었을 뿐. 그는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성공했다.

"난 내 자신에 솔직했을 뿐이지만 그 덕분에 결과가 좋았던 것 같다. 언제 영화를 하고, 언제 상을 받고, 언제 얼마를 벌고…. 이런 식의 사고를 했다면 일이 잘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연기자는 연기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갖고 있을 때에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것.

△'주먹이 운다'는 몸부림이다 = 최민식은 복싱이 주요한 소재인 '주먹이 운다'로 체력의 끝을 경험했다. 오죽하면 "이제 이런 것 절대로 안한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까. 그는 "복싱은 예전에 좀 해봤고 또 승범이와 이야기를 반씩 나누는 것이기 때문에 솔직히 그렇게 힘들까 싶었다. 류승완 감독도 '형님 복싱은 반타작만 하면 됩니다. 푹 쉬다가 잠깐 나오고 푹 쉬다가 잠깐 나오면 됩니다' 했다. 그런데 웬걸. 끝까지 갔다"며 웃었다.

'주먹이 운다'의 강태식은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 출신이지만 현재는 길 위에서 매 맞아 돈을 버는 신세. 그는 아들에게 떳떳한 아버지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신인왕전에 도전한다. 이를 위해 영화는 마지막에 실제 복싱 경기 6회전을 재현했다.

"감기 몸살이 지독하게 걸려 죽을 고생을 했다. 해열제를 맞으며 촬영했는데 잠깐 스치기만 해도 살갗이 찢어지는 느낌이었다. 주인공의 실제 처지처럼 우리의 연기 역시 몸부림이었다." 올해로 마흔셋. "이제는 남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는다"며 웃는 최민식의 얼굴에서는 편안한 여유가 느껴졌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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