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주먹이 운다'에서 남자 주인공 태식(최민식 분)을 괴롭히는 악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오달수.(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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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신기루만화경의 대표 = 연극에서 영화로 옮겨온 많은 배우들처럼 이러다 오달수 역시 영화에만 '올인'하는 것은 아닐까. 돌아온 답변은 명쾌했다. "그런 날은 올 수가 없다. 내가 극단 대표인데…. 다른 배우님들도 연극에 출연해 연극을 부흥시켜줬으면 좋겠다." 그는 극단 신기루만화경의 대표다. 많은 식솔을 책임지고 있는 그는 오는 9월부터 11월까지 무대에 올리는 '고래가 사는 어항'을 비롯, 다수의 작품을 검토 중이다. △"표준말도 못하는 놈이…." = 지금은 극단의 어엿한 대표지만 그는 한때 "표준말도 못하는 놈이 무슨 연극이냐"며 설움을 받았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그는 강한 사투리를 구사한다. 부산에서연극할 때는 문제가 안됐지만 97년 상경한 후에는 그게 큰 문제였다. "서울 올라와서 충격을 많이 받았다. '짐 싸서 내려가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그는 스물한살에 연극을 시작했다. 부산동의대 공업디자인학과에 입학했지만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것인가" 회의에 빠졌고 결국은 한학기를 남겨두고 자퇴했다.그럴 때 그를 잡아준 것은 연극이었다. 부산 연희단거리패에서 시작했다. △'올드보이'는 천재일우 = 그 역시 처음에는 '생계' 때문에 영화에 출연했다. 2002년 '해적 디스코왕 되다'가 첫작품. "고작 3일 촬영했는데 돈이 장난이 아니더라. 연극하면서 주유소 아르바이트 등별것 다 해봤는데 이왕 부업 하는 거 같은 연기로 하자 싶었다." 이후 '올드보이' '여섯개의 시선' '효자동 이발사' '마지막 늑대' 등에 잇따라출연했다. 그 중 '올드보이'는 '영화배우 오달수'의 탄생을 알리는 영화였다. 사설감옥 주인으로 나중에 이가 다 뽑혀버리는 캐릭터를 맡은 그는 이 작품으로 '오달수표 코믹 악당' 시대를 개막했다. "'올드보이'가 없었다면, 박찬욱 감독님을 못 만났더라면, 지금도 오디션 보러다니고 있을 것이다." 영화계에서의 잇단 러브콜로 그의 생활은 윤택해졌을까. 그는 고개를 저었다. "궁한 것에는 워낙 익숙하다. 영화에 출연한 덕분에 다행히 현재 빚은 없다. 10년간 어떻게 버텼겠는가. 순 빚 아니었겠나." △향기가 느껴지는 악당이고 싶다 = 그는 스스로 "비열한 인간으로 출연했다"는 '주먹이 운다'를 보고 울었다. 그는이 영화에서 바닥으로 떨어진 최민식의 피를 뽑아먹는 사채업자다. "시사회에서 울었다. 링에서 싸울 수밖에 없는 두 주인공의 모습이 참 뭐 같았다. 주변부 인생을 그린 얘기 자체가 너무 독특한 영화다." '달콤한 인생'에서는 러시아어를 하는 조폭으로, '마파도'에서는 160억원을 날려 '돌아버린' 조폭으로 출연한 그는 "가능하면 향기가 느껴지는 악당이고 싶다. 연민이 느껴지는 악당"이라고 조심스레 밝혔다. 그리고 이제는 "연극이든 영화든 배우는 배우다"고 말한다.그에게 영화도 이제'생계'를 넘어선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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