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3.28 17:44
수정 : 2005.03.28 17:44
여자 경찰관이 범죄 음모를 막기 위해 신분을 감추고 미스 아메리카 선발대회에 나간다. 그렇게 해서 범인 잡는 이야기에 로맨스도 가미된다. 여자 경찰관은 선머슴 같은 줄만 알았더니 각선미 있고 섹시하고…. 공주병에 신데렐라 판타지 모두 갖춘 2000년 영화 〈미스 에이전트〉는 닭살 돋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소탈했다.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슈렉〉이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조롱하듯, 미스 아메리카 대회를 인위적 아름다움과 거짓 행복의 집합체로 풍자하는 영화의 태도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 여자 경찰관 그레이시 하트(샌드라 불럭)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이웃 사람처럼 친숙하게 다가오도록 대사나 에피소드들이 정감있게 짜여 있었다.
속편인 〈미스 에이전트 2〉도 소탈한 분위기와 정감 가는 캐릭터들을 그대로 가져간다. 소탈함에선 한발 더 나아가 로맨스를 완전히 빼버리고 그 자리에 애인 없는 두 노처녀의 우정을 앉힌다. 대신 첩보와 액션은 전편보다 훨씬 느슨하다. 전편에서 미스 아메리카 대회에 나가 스타가 된 하트는 수사 현장에서 일반인들이 알아보는 바람에 작전에 자꾸 방해가 된다. 마침 애인에게도 차인 하트는, 스타가 된 김에 연방수사국(FBI) 홍보위원을 맡으라는 상부의 권유를 받아들인다. 홍보이벤트, 팬 사인회 등으로 바쁘던 와중에 미스 아메리카 당선자 납치 사건이 벌어지고, 당선자와 절친한 친구였던 하트는 상부의 만류를 뿌리치고 사건에 뛰어든다.
1편에서 미스 아메리카 대회를 볼거리로 삼은 것과 달리 2편은 납치 사건의 무대가 된 라스베이거스의 풍광을 수시로 전시한다. 나름의 박력과 긴장감이 있었던 1편의 액션은 2편에서 대폭 줄고 그나마도 코미디로 방향을 튼다. 등장인물들의 수다는 내용적으로 자질구레해졌지만 나름의 구수한 뒷맛이 늘었다. 그 결과 텔레비전 드라마 같은 소품의 느낌을 넘지 못하지만, 허허실실하고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는 속편이 됐다. 존 파스킨 감독. 4월1일 개봉.
임범 기자
isman@hani.co.kr 사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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