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애니 |
김기덕감독 작품에 2편 연속 캐스팅된 서지석 |
"색깔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세계적 거장 자리에 올라선 김기덕 감독에게 잇따라 '찜'을 당한 운 좋은 신인 배우가 있다. 바로 김 감독의 첫 뮤직비디오 '사랑해요'(노래 이지혜)에 출연했으며 연이어 새 영화 '활'에서도 비중있는 역을 연기한 신인배우 서지석(24). 드라마 '아일랜드'에서 여주인공 김민정의 동생역으로 스크린에 얼굴을 내비친 적은 있지만 아직 대중에게는 낯선 인물이다.
서지석이 김 감독에게 연속으로 '찜'을 당한 것은 스승과 제자 사이라는 '남다른' 인연이 계기가 됐지만 인사성 밝은 성격과 꾸준히 닦아온 연기에 대한 열정이 뒷받침됐다.
그가 김 감독과 처음 만남을 가진 곳은 대학 강의실. 서울예술대학에 재학 중인 그는 김 감독이 강단에 선 수업 시간에 처음 만남을 가졌다. 이후 김 감독을 시사회장과 길거리에서 수차례 마주친 그는 반갑게 인사를 하며 '눈도장'을 찍었고 자신의 모습을 눈 여겨봤던 김 감독으로부터 '오디션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감독님은 형 같다.
완성도 전에 세계 15개국에 수출되며 이미 제작비를 뽑아 화제가 되기도 했던 영화 '활'은 김 감독의 12번째 영화며 서지석에게는 첫번째 출연작이다. 섬 앞의 바다에 떠있는 배 위를 배경으로 노인과 소녀의 사랑을 담은 이 작품에서 그가 맡은 역은 소녀에게는 새로운 사랑의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노인에게는 소녀를 빼앗길 도전이 되는 육지의 대학생이다.
사제 관계로 처음 인연을 맺은 뒤 배우-감독의 관계로 다시 카메라의 앞과 뒤에 서게 된 셈이지만 김 감독에 대한 그의 느낌은 여전히 "친한 형 같다"는 것.
"촬영 중에나 촬영 전에나 한결같이 감독님은 항상 따뜻한 형 같은 분이세요. 하지만 촬영장에서는 흐트러짐이 전혀 없는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죠. 스태프들이나 배우들이나 영화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촬영 중에는 잠 못 이룰 정도로 맘 고생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다"는 말에 힘을 주며 그는 스스로를 "김기덕 광"이라고 표현했다. 제일 인상깊게 본 영화는 '수취인 불명'. 김 감독으로부터 "끈질기게 (연기)할 것 같은 배우다"라는 칭찬을 들으며 촬영에 들어갔지만 촬영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새해 첫날 크랭크인했는데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추웠어요. 새벽에 배를 타고 출발했다가 저녁이 되면 돌아오는 식으로 하루 종일 바다 위에서 찬 바람을 맞아야 했으니까요. 대사를 해야하는데 입이 안 움직일 정도였습니다."
추위의 탓으로 돌릴 수도 있지만, 첫 영화인만큼 연기는 그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일. 김 감독의 다른 영화처럼 대사도 절제되어있는 까닭에 감정을 표정 위주로 표현해야 하는 일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자려고 잠자리에 누워있으면 천장에 장면들이 계속 떠오르는 거에요. 왜 그런 표정을 지었을까, 왜 그런 연기를 했을까 머릿속이 계속 복잡해 지는 거죠."
▲연기는 100m 달리기 같은 것
지금은 연기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지만 서지석은 고등학교(경복고)때는 100m 달리기 종목의 전국체전 금메달리스트였을 정도로 육상 유망주였다. 선수생활을 접게 된 것은 불의의 교통사고 때문. 사고로 그는 1년 간 재활훈련을 받아야 했고 결국 선수생활을 할 수 없게 됐다.
그가 생각하는 연기와 육상의 공통점은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
"100m 육상의 매력은 주어진 거리에서 0.01초라도 단축하려는 노력이거든요. 연기도 마찬가지에요. 향상이 쉽게 눈에 보이지는 않겠지만 오랜 기간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이런 생각 덕분에 그는 연기자를 화려함만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연기의 폭이 더 넓어지기 위해서는 고생을 더 해봐야 할 것 같다"라며 의젓함을 보이는 그는 "연예인이기보다는 연기자가, 그 중에서도 색깔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연예인이 아니라 배우가 되고 싶어요. 조승우나 케빈 베이컨 같이 표현력이 좋고 색깔이 있는 연기자가 좋아요. 배우가 필요한 곳이면 영화, 연극, 드라마 가리지 않고 어디든 달려가겠습니다."
"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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