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면 밤마다 ‘수다 전쟁’. 지상파 방송의 토크 버라이어티 쇼.
평일 밤 11시대 지상파 7개 프로가 토크쇼
“시청률 보장되고 제작비 적어” 방송사 선호
“시청률 보장되고 제작비 적어” 방송사 선호
개인적인 수다가 넘실대는 토크 버라이어티가 넘쳐 나면서, 평일 밤 11시대 지상파의 ‘수다전쟁’이 치열하다. 이 시간대 지상파 3사가 편성한 9개 예능 프로그램 가운데 코미디 <개그야>(문화방송), 콩트 <헤이헤이헤이 시즌2>(에스비에스)를 제외한 7개가 모두 ‘토크 버라이어티’ 형식이다. 월요일 <미녀들의 수다>(한국방송) <야심만만>(에스비에스), 화요일 <상상플러스>(한국방송), 수요일 <황금어장>(문화방송), 목요일 <지피지기>(문화방송), <해피투게더 학교가자>(한국방송), 금요일 <놀러와>(문화방송)는 진행자와 고정 패널을 두고 매 회 새로운 게스트를 초대해 이야기를 끌어낸다.
수다전쟁 최후 승자는?=주제는 다르지만 이들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의 사적인 이야기에 의존해 웃음을 유발한다는 점에선 일맥상통한다. 연애담을 늘어놓는 <야심만만>이나 학창 시절 이야기를 내뱉는 <해피투게더>나 모두 “나는 이랬다~”로 진행되기는 매 한가지다. 시트콤이나 콩트 등 다양한 장르가 존재했던 지난해와 달리 토크쇼 일색이 된 이유는 무엇보다 <무한도전> 등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 이유가 크다. 시청자들이 점차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원하게 된 까닭이다. <놀러와> 권석 피디는 “이제는 시청자들도 판에 박힌 이야기보다는 출연자들의 자연스러운 이야기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며 “가장 리얼하게 갈 수 있는 게 토크쇼에서 사생활을 털어놓는 것이다”고 했다. ‘토크’라는 장르가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점도 이유다. <황금어장> 여운혁 피디는 이 프로그램이 콩트 형식에서 토크쇼로 바뀐 이유를 “콩트를 하고는 싶지만 제작비가 많이 들고 시간이 촉박해 한 주 한 주 해 나가기가 버겁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변잡담에 고액 출연료 =비슷한 형식의 프로그램들이 같은 시간대 몰려 시청률 경쟁을 하다 보니 화제가 될 독한 말이나 개인적인 이야기들에 의존하는 부작용도 초래한다. 외국인의 눈으로 한국 문화를 말하던 <미녀들의 수다>는 일요일 오전에서 월요일 밤으로 옮긴 뒤 ‘미녀들’의 열애설 등 사적인 이야기를 늘렸다. <황금어장>은 게스트가 중심이 된 ‘무릎팍 도사’의 인기에 힘을 얻어 패널들이 극을 끌어가는 또 다른 토크 코너 ‘라디오 스타’를 마련했다. <놀러와>는 아예 ‘스타 인 라인’라는 게스트의 주변 인물에 대해 이야기하는 코너를 만들었다.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해친다는 면에서도 문제다. 다른 프로그램을 보고 싶은 시청자들의 볼 권리를 침해할 뿐 아니라, 시청률에 의존한 신변잡기만 늘어놓으면서 예능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시청자 조여남씨는 “진행자들이 농담 따먹기 식으로 말을 하고 회당 500만~900만원의 돈을 받아갈 자격이 있을지 의문이다”고 했다.
나올 수 있는 게스트는 한정되어 있는데 프로그램이 많다 보니 초대 손님이 겹치기도 한다. 7월13일 <놀러와>에 출연한 윤도현은 18일 <황금어장-라디오 스타>에, 19일 <지피지기>에 출연했다. 여름 특집 때 항상 나오는 ’자유로 귀신’이야기는 <상상플러스> ‘공포특집’과 <놀러와> ‘괌 특집’에 차례로 등장하며 우려먹기 문제점도 드러냈다. <지피지기> 김영진 피디는 “같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사전 취재에서 걸러 내고 편집하는 식으로 신경을 쓴다”고 했다.
그러나 수다를 무기로 삼는 드라마와 오락 프로그램은 갈수록 늘어나면서 출연자들의 이야기가 겹쳐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어떤 진행자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가에 주력하다 보면 시청자들은 채널을 돌릴 때마다 비슷한 수다를 들어야 할 것이다. 수다를 무기로 삼기보다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무엇인가를 뚜렷이 결정해야 할 것이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각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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