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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31 16:38 수정 : 2005.03.31 16:38



신데렐라 꿈꾸는 세 여대생
얄밉지 않은 ‘욕망의 삽질’

독일의 하이틴 코미디 영화 <걸스 온 탑>은 노골적이다. 1편에서는 세 명의 십대 여성들이 오로지 ‘오르가즘’ 을 찾아 헤매는 모습을 그린 반면, 2편에서는 오로지 ‘돈 많은 남자 찾아 삼만리’하는 모습을 그린다. 표현을 놓고 보면 ‘야한’ 1편이 더 노골적이지만 내용면에선 2편이 더 노골적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로맨틱 코미디가 외모(여성)와 돈(남성)의 교환을 ‘낭만적 사랑’으로 포장해온 탓이다. 순수하게 사랑했는데 알고 보니 왕자님였다는 식으로 말이다. 교과서적인 페미니즘적 입장에서 본다면 <걸스 온 탑 2>은 1편과 정반대의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그 욕망의 노골성이 도리어 정직하고 통쾌하게 느껴지는 구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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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된 잉켄과 리나, 그리고 루시는 각자 다른 이유로 하루 아침에 길가에 나앉는 신세가 된다. 가족과 남자친구로부터 떨어져 나온 이들은 같이 살기로 하지만 세 명의 전재산이라고는 몇백 유로와 낡은 차 한대 뿐. 여차저차해 허름한 아파트에 잠시 기거하게된 이들은 돈 많은 남자를 꼬셔 ‘삶의 질’을 높이려는 야심을 불태우게 된다. 이 중 선두주자는 2편에서 새로 등장한 얼굴인 루시. 그는 뮌헨에 집 2000채를 소유했다는 부잣집 도련님이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를 유혹하기 위해 도련님의 친구에게 접근한다. 1편에서 자전거 안장 위에서 인생의 기쁨을 맛보았던 잉켄은 포르셰를 몰고 다니는 옆집 남자의 유혹에 쾌재를 부른다. 그 중 얌전한 리나 역시 뚜껑없는 차를 타고 다니는 의대생의 구애를 받고 친구들의 열렬한 성원 아래 데이트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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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걸스 온 탑 2>는 섹스 코미디가 아니다. 코믹한 섹스라고는 잉켄이 옆집 남자와 벽을 두드리며 요란하게 하는 장면 정도. 영화의 재미는 세명의 고군분투가 갈수록 ‘삽질’이 되가는 모습에 있다. 섹스 한번 하고 자신을 부잣집 마나님으로 착각하던 잉켄은 남자의 약혼녀에게 망신만 당하고, 리나의 남자는 여자친구의 차를 몰래 가져와 수작을 부리는 ‘껄떡남’임이 확인된다. 목적의식에 가장 투철했던 루시는 튕기면서도 도련님 아닌, 그의 남자친구에게 점점 빠져든다.

물론 영화는 상업영화로 무던한 타협점을 찾는다. 신데렐라 성공담과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어설픈 교훈담을 뜨뜻미지근하게 섞어놓았지만 얄밉지는 않다. 큰 통속에서는 어쩔 수 없는 대리 만족과 위로라 할지라도 그것이 사랑과 독립, 결혼 등을 생각하는 젊은 여성들에게 충돌하면서도 공존하는 욕망이기 때문이다. 또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는 신데렐라 이야기는 진부하지만 독립과 자립만이 살 길이라고 말하는 것도 구두 위를 긁는 것처럼 시원치 않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화끈한 재미는 1편보다 확실히 덜하지만 숨기거나 포장했던 욕망을 마음껏 꺼내놓고 웃기에는 2편이 더 즐거울 수도 있다. 4월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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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프리비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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