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4.01 16:41
수정 : 2005.04.01 16:41
부르주아 가족주의의 허상
의식(교 밤 11시45분)=프랑스 누벨바그 감독 중 한명인 클로드 샤브롤의 후기 걸작. 1960년대부터 꾸준히 중산층 가정 내에서 벌어지는 긴장과 갈등을 그려온 샤브롤 감독은 〈의식〉에서 한 차원 높은 신랄함과 세련됨으로 부르주아 가족 이데올로기의 허상을 드러낸다.
내성적인 소피는 우아한 상류층 부부와 버릇없는 두 아이를 위해 일하는 가정부다. 그는 자신의 조건에 큰 불만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문맹이라는 비밀이 드러날까봐 불안하다. 소피는 우체국 직원인 잔과 친구가 되는데 잔은 소피와 전혀 반대의 성격으로 집에 놀러오면 주인 방에 들어가거나 주인의 물건을 서슴지 않고 만진다. 잔이 자신의 우편물을 훔쳐본다고 의심하는 주인여자는 소피에게 잔이 살인 혐의를 받은 적이 있다고 은근히 이간질하자 어느날 집에 놀러 온 잔은 소피를 이끌고 주인집 가족을 향한 분노를 터뜨린다. 감독은 물 흐르듯 평온하게 부르주아의 일상을 그리면서 언뜻언뜻 이들의 불신감과 배타성을 배치한다. 그러다가 처참한 살육극으로 매듭지으며 유산계급 대 무산계급의 대결구도를 전면으로 끌고 나와 보는 이의 뒤통수를 아찔하게 후려친다. 이자벨 위페르 주연.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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