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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04 16:58 수정 : 2005.04.04 16:58

올드보이·마지막늑대·마파도
달콤한 인생…그 조연

극단에 팜플렛 배달갔다가
이상한 세상, 연극에 푹
비열하게…어설프게…어리버리…
이번엔 ‘친절한 금자씨’ 에서
매우 여성스런 빵집주인이라니

오달수 없으면 한국영화도 없다. 웬 ‘오버’냐 싶겠지만 사실 최근 화제작에는 오달수(37)라는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입소문을 타고 관객 200만명을 동원한 <마파도>를 비롯해 1일 나란히 개봉한 <달콤한 인생>과 <주먹이 운다>에 출연했다. 주인공은 아니지만 비열한 조폭으로, 어설픈 무기밀매상으로 스크린을 종횡무진하는 그를 보면 배우에 별관심없는 관객이라도 “저 사람 누구야?”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나고 자란 부산과 대학로에서 10년 넘게 연극을 해온 오달수는 <올드 보이>에서 감금된 오대수(최민식)를 괴롭히는 깡패 역으로 영화관객들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연극하면서 안해본 아르바이트가 별로 없지만 그래도 연기자에게 연기 알바만큼 좋은 게 없잖아요. 오디션 보러갔을 때 대학로 대선배들이 이름표 달고 줄서 있는 거 마주치면 서글프기도 하지만….” 이제는 오디션 보는 단계를 넘어 김지운, 류승완, 그리고 출연을 마친 <친절한 금자씨>의 박찬욱까지 충무로의 내로라하는 감독들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오씨는 자신의 본류인 무대에 대한 애정을 이야기 내내 숨기지 않았다. <올드 보이> 뒷풀이에서 옆에 앉아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김지운 감독이 자리를 비운 사이 박찬욱 감독에게 “저분 누구세요?” 했다니 확실히 본인의 관심보다는 재능이 먼저 그를 영화판으로 끌어온 듯했다.



“친구들이 영화나 연극 보러 다닐 때 당구장 다녔으니까 어릴 때부터 배우의 꿈이 있었다는 건 거짓말일 거고, 재수할 때 인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극단에 팜플렛 배달갔다가 새로운 아니, 좀 이상한(?) 세상을 만난 거죠. 무대도 다 같이 만들고 포스터도 다 같이 붙이러 다니고 하는 공동체적 모습이나 수공업적인 풍경이 참 희한하기도 했고….” 미대에 들어간 뒤 연극 <오구>로 데뷔한 그는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두고 자퇴했다. “연극에 빠지니까 다른 일은 아무 의미가 없어보였다”는 게 그 이유.

<올드 보이>, <마파도>, <주먹이 운다> 같은 영화에서 ‘험악한’ 인상의 인물을 연기하며 성질급한 사람들에게는 ‘조폭전문배우’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지만 배우로서의 그의 매력은 못된 ‘척’하지만 좌충우돌하고 어설프기 짝이 없는 인물로 출연한 <달콤한 인생>에서 훨씬 강하게 뿜어져 나온다. 인상 팍 쓰고 있으면 처음 본 사람을 주춤하게 만드는 ‘한 덩치’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면 조용하고 주저주저하며 어눌한 말투로 첫인상을 배반하는 성격도 그 매력을 거든다. 이런 그가 <친절한 금자씨>에서 맡은 역할은 대머리의 빵집주인이며 “매우 여성적”이기까지 하다니 벌써부터 그 모습에 대한 조급증이 생긴다.




“중학교 생물시간에 선생님이 아이들한테 ‘왜 해녀들이 이 엄동설한에 물에 들어가는지 아느냐’고 질문한 적이 있어요. ‘물이 따뜻해서’ 라는 둥 엉뚱한 대답만 나오는데 선생님은 어제 들어갔기 때문에 오늘도 들어가는 거라고 말씀하셨죠. 연기도 그런 것같아요. 꼭 어떤 배우가 되겠다, 무대에 뼈를 묻겠다, 이런 말은 부담스럽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하면 힘들어서 못하죠.” 2000년 만든 극단 신기루만화경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오씨는 “연극배우나 영화배우가 아닌 연기자라는 직함으로 오랫동안 활동하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뒤로 하고 막바지 공연중(4월3일 폐막)이었던 <몽타쥬 엘리베이터> 준비를 하기 위해 인터뷰 장소를 떠났다.

글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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