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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인터프리터’ 시작은 창대하나 끝은 생뚱맞은 스릴러

등록 2005-04-14 18:52수정 2005-04-14 18:52



아프리카 마토보(가상국가)출신의 유엔(UN) 동시통역사 실비아(니콜 키드만)는 두고 온 물건을 찾기 위해 유엔 건물 안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독재자 마토보 대통령의 암살계획을 엿듣게 된다. 다음날 실비아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로부터 쫓기자 경찰에 보호를 요청한다. 그러나 노련한 연방요원 토빈(숀 펜)은 실비아가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하고 도리어 실비아를 미행한다. 이중의 감시 속에서 실비아는 계속 속내를 알 수 없는 행동을 보이고, 미국에 망명한 마토보 출신의 민주화 인사 둘이 연달아 암살당한다.

<인터프리터>는 국제정치의 운동장이며 중립적 영토로 여겨지는 유엔 안에서 벌어지는 음모를 그린 스릴러 영화다. 다양한 인종과 언어들이 북적거리면서도 바쁘게 움직이는 모두가 세계인으로서의 당당함과 엘리트적 냄새를 풍기는 이 곳에서는 음모와 협잡도 ‘외교’라는 고급단어로 치장될 수 있다. 수백개의 언어가 오가는 유엔에서 소통을 중개하는 동시통역사의 위치는 외교라는 원 바깥에 있다. 그러나 수면 아래의 내밀한 정치적 언어들을 가장 가까이서 들을 수 있고, 한 단어의 오역이 나라간의 관계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이들의 자리는 매우 중요하고도 때로는 아슬아슬하게 보인다. <인터프리터>는 이처럼 동시통역사가 처할 수 있는 특수한 위치에 착안해 거기에 국제적 음모라는 얼개를 연결시켜놓는다.

영화는 암살음모의 희생자처럼 여겨지던 실비아를 점점 용의자처럼 의심되는 상황으로 몰아가고 명백해 보이던 암살음모의 실체와 암살범의 정체를 모호하게 흔들면서 관객을 혼란에 빠지게 만든다. 마토보의 망명객과 암살 용의자, 실비아, 그리고 용의자를 쫓던 경찰과 실비아를 쫓던 경찰이 절묘한 타이밍으로 한 버스에게 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은 스릴러적 쾌감을 극대화하는 빼어난 장면이다. 그러나 실비아가 마토보 독재자 앞에 총을 겨누고 그의 변질에 대해 자기고백을 하라고 외치는 마지막 장면은 난데없이 인권드라마로 바뀌는 듯 생뚱맞다. 사실 금발의 얼음공주같은 니콜 키드만이 아프리카의 여전사로 분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로 느껴진다. 아프리카 초원에서 사파리 복장에 총을 들고 걸어가는 실비아(니콜 키드만)의 사진은 유감스럽게도, ‘이래도 섹시하지?’ 라는 속삭이는 듯한 느낌만 줄 뿐이다. 시드니 폴락 감독. 22일 개봉.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UIP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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