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주먹이 운다'와 '달콤한 인생'의 피도 눈물도 없는 대격돌이 '영광 없는 승리'로 막을 내릴 전망이다. 정면대결은 양쪽에'윈윈'이 아닌 '승자 없는 대결'이 되고 말았다.
숱한 화제 속에 지난 3월 31일 나란히 링에 오른 영화 '주먹이 운다'와 '달콤한인생'. 극장가 대목도 아닌 비수기에 정면대결을 펼치는 두 영화에 영화계와 매스컴은 대대적인 관심을 보였다.
둘 다 시시한 코미디가 아닌, 드라마와 느와르로 각각 승부수를 띄웠고 대표적인 연기파인 이병헌 최민식 류승범을 기용했기 때문이다.
뚜껑을 연 결과 역시 다소 논란이 있긴 했지만 두 작품 모두 비교적 긍정적인 반응을 얻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지난 16-17일 개봉 셋째 주말을 넘긴 두 영화의 모습은 좀 심하게 말하면 '참담'하다. 17일 현재 '주먹이 운다'는 140만명, '달콤한 인생'은 110만명을 모았다.
전통적 극장가 비수기인 4월에 이 정도 성적도 대단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냉정히 보면 둘다 패자인 셈이다. 앞서 개봉한 '마파도'는 둘의 개봉에도 불구하고 순풍에 돛 단듯 관객을 끌어모았기 때문이다. 물론 '마파도'는 두 작품과 같은 레벨에 올릴 수 없는 가벼운 코믹 영화다. 그러나 어찌됐든 관객은 '마파도'(3월 11일 개봉, 17일 현재 전국 280만명)를 선택했다.
둘의 같은 날 개봉을 두고 "비수기 극장가에 모처럼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낙관적인 진단도 있었다. 그러나 뚜껑을 연 결과 두 작품의 정면대결은 양쪽의 출혈경쟁과 함께 제살을 깎아먹는 결과를 낳았다.
양쪽 배급사의 스케줄 상 도저히 조정할 수가 없어 맞대결을 펼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욕심끼리의 충돌이 되고 만 양상. 조금이라도 피해가는 배급의 묘미를 발휘했다면 둘의 성적은 지금보다는 분명나았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패인'은 둘다 관객을 확 끌어당기는 2%가 부족했다는 평가다.
비수기건, 경쟁이 치열했건 '결정적인 한방'이 있었다면 어느쪽이든 '승리의 노래'를 부르고 있을 터. 그러나 양쪽 다 조건을 두루 갖춘 잘생긴 외모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심리를 파고드는 매력이 없어 스타덤에 오르지 못한 격이다.
'말아톤'이 100점이기 때문에 500만 관객을 모은 것은 아닌 것. '마파도'는 관객의 허를 찌르는 신선한 팀워크 코미디로 어필했다.
그러나 '주먹이 운다'와 '달콤한 인생'은 초반의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매력의 부재로 많은 스크린수에 의존, 꾸역꾸역 관객을 모으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혹자는 영화계와 매스컴의 호들갑에 관객들이 지레 질렸으리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주먹이 운다'와 '달콤한 인생'에 대한 기대심리는 영화계와 매스컴 내부에서 한없이 부풀어 올랐지만, 정작 함께해야 할 관객을 끌어들이는데는 실패한 것. 멀티플렉스, 와이드 개봉 시대에 두 작품을 찾을 관객은 이제 얼마 남지 않은듯 하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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