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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소재와 장르, 어색한 동거

등록 2008-03-27 21:33수정 2008-03-28 16:32

‘알포인트’ 공수창 감독의 미스터리 호러물
‘알포인트’ 공수창 감독의 미스터리 호러물
‘알포인트’ 공수창 감독의 미스터리 호러물
 새 영화 의 공수창 감독을 소개할 때 빠지지 않는 수식어구가 있다. “<알포인트>를 연출한” 감독이라는 것이다. 그는 애초 <알포인트>의 시나리오를 썼다가, 감독이 펑크나는 바람에 연출까지 맡았다. 군대를 소재로 한 미스터리 호러물이라는 새 장르를 개척하며 흥행에도 성공한 <알포인트>는 <하얀전쟁>과 <텔 미 썸딩>의 작가 공수창을 스타 감독으로 밀어올렸다. 그러나 그 벽이 너무 높았던 것일까. 은 <알포인트>의 그늘 아래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느낌이다.

냉전 최전방 GP 소대원 몰살사건 한꺼풀씩 벗겨가
감독의 부채의식 공포물 특유 재미와 화학적 결합 힘 부쳐

 제목으로 짐작하다시피 은 한국의 군대를 다뤘다. 여자 배우는 단 한 명도 출연하지 않는다. 감독의 말마따나 “<알포인트>가 1960~70년대 베트남이라는 먼 이국 땅에서 일어난 극한상황”을 표현했다면, “은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서울에서 자동차로 5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최전방에서 겪고 있는” 이야기다.

 영화는 전 소대원 몰살 사건이 일어난 비무장지대의 지피(최전방 경계초소)에 수색대가 파견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양파 껍질 까듯 한 꺼풀씩 사건의 비밀을 벗겨가는 영화는 세 차례의 반전을 숨기고 있다. 사건을 은폐하려는 유 중위의 진술과, 진실을 밝히려는 노성규 원사(천호진)의 현장수사는 시종 엇갈리다 하나의 결말을 짓는다. 지하 벙커의 밀폐감을 실감하게 하는 무대세트의 사실성이 돋보인다.

 문제는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배경이 바뀌자, 역사적인 혹은 동시대적인 의무감이 감독의 어깨를 짓누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만이 갖고 있는 냉전시대의 유물인 지피라는 공간을 이데올로기적으로 담고 싶었”다거나 “청춘의 가장 빛나는 시기를 빼앗긴 젊은이들의 충격과 군대의 폐쇄성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감독의 의도는 끝내 장르의 형식과 충돌한다. 비밀을 푸는 열쇠로 제시되는 단서는 베트남 처녀의 원혼(<알포인트>)보다 설득력이 떨어진다.

 결국 미스터리로서의 긴장감은 <알포인트>를 넘지 못하고, 공포물로서의 압도감은 <텔미 썸딩>에 미치지 못한다. 군대와 분단상황을 둘러싼 반성이라는 측면에서도 <공동경비구역-JSA>에 견줄 바가 아니다. 부러진 팔뚝만으로는 객석의 실망을 돌이키기 어렵다. 전쟁의 참혹함에 주목했던 진지한 작가 공수창이 상업성과 타협하면서 호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면, 장르적 완결성을 향해 더 치밀하게 밀고나갔어야 한다.


 은 공 감독에게 제작자라는 타이틀을 하나 더 달아줬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고, 투자 문제로 촬영이 중단되는 우여곡절 끝에 생긴 일이다. 작품 하나에 직함 하나씩을 늘려가고 있는 셈이다. 영화 시장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추격자>를 잇는 한국 영화 흥행신화가 계속될지 지켜볼 일이다. 4월3일 개봉.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보코픽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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