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칸 영화제 최고 화제작 중 하나인 〈체인즐링〉을 연출한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주연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20일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에 대해 설명했다. 칸/AP연합
‘권력의 속살’ 들춰내기
제61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후보로 거론되는 미국의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체인즐링>이 20일(현지시각) 그 베일을 벗었다.
192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권력 남용과 인권침해를 일삼는 경찰을 상대로 싸우는 한 여인의 사연을 통해 권력의 속성과 인권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하는 작품이다. 홀로 아들을 키우는 크리스틴 콜린스(앤절리나 졸리)는 어느 날 갑자기 아들을 잃어버린다. 얼마 뒤 경찰이 아들을 찾았다며 한 아이를 데려오지만 그 아이는 자기 아들이 아니었다. 콜린스는 진짜 아들을 찾아 달라고 항의하지만, 치부를 덮으려는 경찰에 의해 강제로 정신병원에 수용된다.
2차 세계대전을 다룬 2부작 <아버지의 깃발>과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를 통해 전쟁영화의 기존 문법을 깨고 한번은 미국의 시각으로, 또 한번은 일본의 시각으로 전쟁의 속살을 들췄던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번 작품에서도 진실을 찾아내려는 집요한 노력을 펼친다. 시사회 뒤 기자회견에서 그는 “진실은 가장 중요하고 위대한 덕목이자 드라마를 극적으로 만드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연쇄 살인, 그것도 어린이를 상대로 한 범죄라는 선정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과장하는 법이 없다. 자극적인 폭력 장면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긴장감을 유지한다. 미니멀한 음악도 묵시록적인 분위기를 이끄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음악감독도 겸했다.
<퍼펙트 월드>와 <미스틱 리버>에 이어 어린이의 실종을 다룬 이유에 대해 이스트우드는 “아동범죄는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인간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며 “지금도 아이들은 여전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 영화 촬영 직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는 앤절리나 졸리는 “<마이티 하트>에서 납치당하는 역을 맡은 적이 있었지만, (납치된 아이의) 엄마 역은 다른 것 같다”며 “헌신적인 영화 속의 엄마가 내 엄마와 닮았다고 느꼈고, 영화를 찍는 과정에서 스스로 많이 치유됐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스트우드는 2003년 <미스틱 리버>로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으나 상을 받지 못했다. 유명 감독들의 경우 비경쟁으로 부담 없이 칸에 오는데 왜 굳이 경쟁부문으로 왔느냐는 질문에 그는 “비경쟁으로 오면 좀더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좀더 여러 사람과 영화를 즐기고 싶다”며 “경쟁이냐 비경쟁이냐는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졸리는 “그는 위대한 리더이자 이야기꾼으로 그가 얼마나 훌륭한지 말하는 것 자체가 우습다”며 “모든 스태프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세심한 것까지 신경을 쓰는 최고의 감독”이라고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추어올렸다.
칸/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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