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칸에서 만난 ‘체 게바라’
‘섹스, 거짓말…’ 소더버그 감독
“타인에 영감주는 과정 그렸다” 의사에서 혁명가로 변신했다가, 장관 자리를 박차고 다시 게릴라로 죽어간 체 게바라. 숭고한 이상의 상징을 넘어 상업적으로도 가장 잘 팔리는 문화 아이콘이 돼버린 체 게바라의 불꽃같던 삶이 21일(현지시각) 칸 영화제의 밤을 적셨다. 데뷔작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로 1989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미국 영화감독 스티븐 소더버그가 체 게바라의 전기 영화 <체>를 들고 다시 칸을 찾았다. 경쟁부문에 오른 이 영화는 <디 아르젠틴>과 <게릴라>라는 제목의 두 작품을 4시간30분짜리로 편집한 대작이다. 7년에 걸쳐 자료를 수집하고 생존자들의 증언을 들었다고 한다.
영화 1부는 1955년 피델 카스트로와의 첫 만남, 80명의 동지들과 함께 배를 타고 쿠바로 건너가 바티스타 독재정권에 맞서 무장 투쟁을 벌이는 과정, 그리고 혁명에 성공한 뒤 1964년 유엔 총회에서 쿠바 대표로 연설하는 장면을 번갈아 보여준다. 사령관이면서도 절대 군림하려 하지 않고 직접 총을 들고 싸우며 부상자를 치료하는 모습을 통해 게바라와 그의 군대가 어떻게 민중의 압도적 지지를 얻어가는지 감동적으로 그린다. 2부에서는 대머리가 된 체가 볼리비아의 게릴라로서 엄청난 수의 적과 싸움을 벌이다 죽어가는 과정을 날짜별로 재연한다.
소더버그는 “영화의 소재로서 체에 끌린 이유는 모험담처럼 읽히는 그의 인생뿐만이 아니라, 커다란 정치사상을 구현해 나가는 모습을 어떻게 묘사할 수 있을지 도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혁명운동에 필요했던 정신적이고 육체적인 디테일을 원했고, 흔들리지 않는 의지를 갖고 태어난 사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며 이끌어가는 능력을 발견하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상업적 요소를 일부러 배제하고 무미건조하게 촬영하고 편집했다. 전기영화가 빠지기 쉬운 감정과잉을 피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체 게바라의 대학 시절 짧은 여행을 다룬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의 대척점에 서 있다. 인민재판과 공개처형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대신, 쿠바 혁명 성공 뒤 최고 권력의 자리에 있을 때의 화려함은 과감하게 생략했다.
영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전투 장면 역시 과장하지 않고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특히 볼리비아 숲 속에서 정부군의 포위망이 서서히 조여오는 마지막 전투 장면은 압권이다. 주연은 소더버그의 영화 <트래픽>으로 아카데미 조연상을 받은 베니치오 델 토로가 맡았다. 국내 개봉은 미정.
칸/이재성 기자 san@hani.co.kr
“타인에 영감주는 과정 그렸다” 의사에서 혁명가로 변신했다가, 장관 자리를 박차고 다시 게릴라로 죽어간 체 게바라. 숭고한 이상의 상징을 넘어 상업적으로도 가장 잘 팔리는 문화 아이콘이 돼버린 체 게바라의 불꽃같던 삶이 21일(현지시각) 칸 영화제의 밤을 적셨다. 데뷔작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로 1989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미국 영화감독 스티븐 소더버그가 체 게바라의 전기 영화 <체>를 들고 다시 칸을 찾았다. 경쟁부문에 오른 이 영화는 <디 아르젠틴>과 <게릴라>라는 제목의 두 작품을 4시간30분짜리로 편집한 대작이다. 7년에 걸쳐 자료를 수집하고 생존자들의 증언을 들었다고 한다.

스티븐 소더버그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