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와 무법자
떠돌이 총잡이와 수녀의 동행
수녀와 무법자(E 밤 11시20분) 세르조 레오네 감독의 ‘마카로니 웨스턴’으로 일약 스타가 된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역시 당대 최고 스타였던 셜리 매클레인을 전면에 내세운 멜로 모험 서부극.
떠돌이 사내 호건(클린트 이스트우드)은 부랑자들에게 겁탈당할 위기에 처한 수녀(셜리 매클레인)를 구해준다. 두 사람은 동행하며 프랑스군을 따돌리고 멕시코 혁명군을 돕는다. 호건은 레오네 영화의 이스트우드 모습 그대로, 오직 돈만 생각하는 냉소주의자다. 그런 냉소주의가 수녀를 만나면서 성적 긴장감이 덧붙여져 유머러스하게 변했다. 수녀인 줄 알면서도 호건은 밤마다 자신의 성적 욕구를 솔직하게 밝히고, 내내 시니컬한 태도로 자신의 여성관을 늘어놓는다. 마치 상황만 주어지고 이스트우드와 매클레인이 즉흥 연기를 펼치는 듯한 구도가 흥미진진하다. 이후 <더티 해리>(1971)로 최고의 호흡을 과시했던 이스트우드와 돈 시걸 감독의 워밍업으로 영화를 본다면 더욱 재미있을 것이다. 1970년작.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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