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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소지섭·강지환 주연 ‘영화는 영화다’

등록 2008-09-07 18:41수정 2008-09-07 21:01

소지섭·강지환 주연 ‘영화는 영화다’
소지섭·강지환 주연 ‘영화는 영화다’
진짜…싸우자
‘배우가 되고싶었던’ 깡패
‘깡패가 될 뻔했던’ 배우…
정교한 캐스팅·연출 돋보여

한때 영화배우를 꿈꿨던, 지금은 감방에 갇힌 보스를 대신해 조직을 챙겨야 하는 중간 보스라면, 그런데 난데없이 액션 영화 촬영 섭외가 들어온다면?

‘배우가 되고 싶었던’ 깡패와, ‘깡패가 될 뻔했던’ 배우, 둘이 붙어서 액션 영화를 찍는다는 스토리는 얼핏 보면 뻔해 보이는 설정이다. 그러나 <영화는 영화다>는 정교한 캐스팅과 섬세한 시나리오, 뚝심 있는 연출로 클리셰(상투성)의 함정을 피해간다.

■ 소지섭의 소집해제 복귀작 <영화는 영화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소집해제’ 후 첫 작품을 찍은 배우 소지섭이다. 그가 연기한 깡패는 이름도 ‘강패’다. 과묵하고 냉정하지만 낭만적인 구석이 있는 인물이다. 영화 속 설정이지만, 이창동 감독의 영화 <초록물고기>에 단역으로 출연한 적도 있다. 그의 맞상대인 강지환은 오만하고 불같은 성격의 스타 배우 ‘수타’로 나온다. 행동으로 말을 대신할 것 같은 소지섭(그는 실제로도 말수가 적다)과 깐죽거리는 목소리로 강패를 놀리는 강지환. 1977년생 동갑내기인 둘은 적역이 더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살아 있는 캐릭터를 만들고 있다.

수타는 영화 속 영화의 액션 장면에서 상대 배우를 실제로 때려 두 명이나 병원에 보냈다. 더는 같이 영화를 찍으려는 배우가 없다. 그러자 수타는 술집에서 자신의 사인을 받으려 했던 진짜 깡패, 강패를 떠올리고 그에게 영화 출연을 부탁한다. 강패가 내건 조건은 단 하나. 연기가 아니라 진짜로 싸울 것. 영화 속 영화는 과연 시나리오대로 갈 수 있을 것인가?

■ 두 세계가 부딪치는 풍경 강패와 수타, 평범하지 않은 두 인생은 서로를 부러워하며 닮고 싶어 한다. 강패는 수타의 ‘연기’를, 수타는 강패의 ‘싸움’을. 두 특별한 삶이 충돌하면서 강렬한 불꽃을 낸다. 영화는 결국 인생의 ‘가지 않은 길’에 관한, 혹은 역할 바꾸기에 관한 얘기다. 문제는 다르게 살아보려는 욕망이 기존에 자신이 속해 있던 세계의 법칙을 거스르게 한다는 점이다. 강패는 마음이 약해져 중대한 실수를 하고, 보스의 신임은 멀어져간다.

세계를 둘로 나누는 이분법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영화의 원안은 김기덕 감독의 것이다. <파란 대문>의 이지은과 이혜은의 세계, <나쁜 남자>의 조재현과 서원의 세계처럼 김기덕은 이분법을 좋아한다. 두 세계는 갈등하기도 하고, 화해하기도 한다. 첫 메가폰을 잡은 장훈 감독은 김 감독의 <사마리아> 연출부로 시작해 <빈집>과 <활>을 거쳐 <시간>의 조감독을 지냈다. 영화는 스승의 그것보다 훨씬 상업적인 만듦새를 띠고 있다. 김기덕의 독특한 상상력과 장훈의 대중적 호흡이 행복하게 어울린 형국이다. 교도소 면회장 유리벽에 대고 바둑을 두는 장면 등 김기덕 특유의 소품과 미장센도 눈에 띈다. 특히 “영화는 영화일 뿐, 현실은 달라”라고 외치는 듯한 마지막 장면은 김기덕 브랜드의 로고처럼 보인다. 11일 개봉.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김기덕 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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