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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이사람] 할! 소비적 삶은 썩어가는 길

등록 2008-09-30 18:43수정 2008-09-30 19:06

이지상(52·사진)
이지상(52·사진)
‘십우도’ 연작 내놓은 영화감독 이지상씨
파격적 성묘사 파문 전력…귀농 5년째
“자본주의 영화제작 시스템 벗어나겠다”
‘참나 찾기’ 담아…‘몽실언니’도 영화로

노골적인 성묘사가 등장하는 영화 <둘 하나 섹스>(1998)로 영화계에 파문을 낳았던 이지상(52·사진) 감독이 귀농을 실행에 옮긴 것은 2003년 6월이었다. 그리고 5년 남짓, 이 감독은 경북 문경에서 벼농사를 짓고, 직접 먹을 고추·배추·감자·고구마 등 밭농사도 짓는 ‘농꾼’으로 변했다. 그는 “어느 날 문득, 자본주의적인 영화 제작 시스템에서 벗어나 자급자족하는 농촌 생활을 통해 영화를 만드는 실험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해 온 소비적인 삶으로는 잘사는 이, 못사는 이 모두 썩어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생태적인 영화 만들기에 대한 이 감독의 집착은 귀농 5년 만에 각각 ‘심우’(74분), ‘견적’(36분), ‘견우’(75분), ‘득우’(21분)란 부제가 붙은 <십우도> 연작 네 편으로 결실을 맺었다. ‘십우도’는 참된 나를 찾기 위해 수행하는 과정을 소 찾기에 비유한 불교 특유의 그림이다. 이 감독의 ‘십우도’ 연작은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가 매달 자신만의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어 온 작가를 뽑아 작품을 상영하고 관객과 만날 기회를 제공하는 ‘작가를 만나다’ 행사의 9월 주인공으로 초청됐다.

‘십우도’ 연작은 이 감독이 꿈꾸는 영화 만들기와 삶에 대한 철학을 보여준다. 영화에는 대사와 배경이 없다. 오로지 화면과 이미지만 존재할 뿐이다. 그 네번째 작품 ‘득우’ 만해도, 한 나무에서 자라난 두 개의 모과가 주인공이다. 이 감독은 어느 겨울날 눈밭에서 두 개의 모과를 수확한다. 서울로 간 모과는 3일 만에 썩기 시작하고, 시골에 남은 모과는 두 달이 지나도 싱싱한 생명력을 유지한다. 시골의 모과는 새 생명을 잉태하기 위해 땅속에 묻히고, 그 위로 새빨간 싹이 돋아오른다.

이 감독은 현재 고 권정생 작가의 동화 <몽실언니>를 영화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새 영화는 이 감독의 또다른 실험이 될 전망이다. 그는 “조명도 없고, 녹음도 테이프에 담긴 거 바로 쓰고, 연기도 촬영하는 곳에 사는 사람들이 직접 하고, 현장에서 만든 것이 바로 작품이 되는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보기엔 다소 불편하지만, 그렇게 거칠게 만든 영화를 통해 관객이 감동을 느끼고, 즐거움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 꿈입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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