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양일(59)
재일동포 영화감독 최양일
‘재일 코리안’ 시선으로 일본 분석?
내 가장 큰 관심은 인간 그 자체 재일동포 2세로, 일본 영화감독협회 이사장인 최양일(59) 감독이 그리는 ‘재일 코리안’들의 삶은 뜻하지 않은 불편함을 준다. 우리에게 비교적 익숙한 이즈츠 가즈유키 감독의 <박치기>(2004년)부터 홋카이도 조선인 학교 청소년들의 일상을 담은 다큐 <우리 학교>(2007년)까지, 재일 코리안의 삶을 다룬 많은 영화들에서 그들은 일본의 핍박에 맞서 민족 정체성을 지켜내는 피해자들로 그려진다. 8일 아침 부산국제영화제 본부가 꾸려진 부산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난 최 감독은 “그런 정해진 시각으로 40만이 넘는 재일동포들을 바라보는 것은 좀 낡은 사고 방식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한국인들은 아직 타자를 받아들이는데 좀 서툰 것 같습니다. 그동안 삶을 살아온 방식이 달랐잖아요. ‘왜 한국말 못하냐’ ‘왜 귀화하냐’고 물어보면 마찰이 생기죠.” 최 감독은 2004년작 <피와 뼈>에서 ‘재일 코리안=피해자’라는 도식을 깨는 새 인물 김준평을 창조해 낸다. 김준평은 돈과 핏줄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악랄한 착취자로 그려진다. 그에게 민족의식은 소박한 수준에서도 존재하지 않는다. “김준평은 실제 인물입니다. 재일 코리안들이 사는 마을마다 그런 ‘괴물’이 한두 명씩은 있었다고 해요. (굳이 재일 코리안의 사연이 아니라) 모두에게 있는 자기 제국을 만들려는 욕망, 그리고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의 실패 같은 그런 보편적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죠.” 그럼에도 그에겐 재일 코리안의 시선으로 일본 사회를 날카롭게 분석했다는 꼬리말이 붙는다. 하지만 최 감독은 “실제 그런 영화는 그동안 만든 19편 가운데 단 2편”이라고 했다. “제 영화의 가장 큰 관심은 인간 자체입니다.” 그는 <데스노트-L: 새로운 시작>에서 엘(L) 역할을 맡은 마츠야마 겐이치와 함께 쫓기는 닌자의 고달픈 삶을 다룬 <카무이 외전>의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기다리는 중이다. “후속작으로 식탐하는 일본 부르주아의 퇴폐적인 삶을 다룬 영화를 준비 중입니다.”
한반도에 뿌리 둔 재일 코리안으로서 그는 만들고 싶은 사연이 있다. “제주 4·3사건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를 꼭 만들고 싶습니다. 그런 생각을 한 게 벌써 20년째인데, 시작도 못하고 있네요.” 부산/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내 가장 큰 관심은 인간 그 자체 재일동포 2세로, 일본 영화감독협회 이사장인 최양일(59) 감독이 그리는 ‘재일 코리안’들의 삶은 뜻하지 않은 불편함을 준다. 우리에게 비교적 익숙한 이즈츠 가즈유키 감독의 <박치기>(2004년)부터 홋카이도 조선인 학교 청소년들의 일상을 담은 다큐 <우리 학교>(2007년)까지, 재일 코리안의 삶을 다룬 많은 영화들에서 그들은 일본의 핍박에 맞서 민족 정체성을 지켜내는 피해자들로 그려진다. 8일 아침 부산국제영화제 본부가 꾸려진 부산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난 최 감독은 “그런 정해진 시각으로 40만이 넘는 재일동포들을 바라보는 것은 좀 낡은 사고 방식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한국인들은 아직 타자를 받아들이는데 좀 서툰 것 같습니다. 그동안 삶을 살아온 방식이 달랐잖아요. ‘왜 한국말 못하냐’ ‘왜 귀화하냐’고 물어보면 마찰이 생기죠.” 최 감독은 2004년작 <피와 뼈>에서 ‘재일 코리안=피해자’라는 도식을 깨는 새 인물 김준평을 창조해 낸다. 김준평은 돈과 핏줄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악랄한 착취자로 그려진다. 그에게 민족의식은 소박한 수준에서도 존재하지 않는다. “김준평은 실제 인물입니다. 재일 코리안들이 사는 마을마다 그런 ‘괴물’이 한두 명씩은 있었다고 해요. (굳이 재일 코리안의 사연이 아니라) 모두에게 있는 자기 제국을 만들려는 욕망, 그리고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의 실패 같은 그런 보편적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죠.” 그럼에도 그에겐 재일 코리안의 시선으로 일본 사회를 날카롭게 분석했다는 꼬리말이 붙는다. 하지만 최 감독은 “실제 그런 영화는 그동안 만든 19편 가운데 단 2편”이라고 했다. “제 영화의 가장 큰 관심은 인간 자체입니다.” 그는 <데스노트-L: 새로운 시작>에서 엘(L) 역할을 맡은 마츠야마 겐이치와 함께 쫓기는 닌자의 고달픈 삶을 다룬 <카무이 외전>의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기다리는 중이다. “후속작으로 식탐하는 일본 부르주아의 퇴폐적인 삶을 다룬 영화를 준비 중입니다.”
한반도에 뿌리 둔 재일 코리안으로서 그는 만들고 싶은 사연이 있다. “제주 4·3사건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를 꼭 만들고 싶습니다. 그런 생각을 한 게 벌써 20년째인데, 시작도 못하고 있네요.” 부산/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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