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 더 세임 문
멕시코 영화 ‘언더 더 세임 문’
종종 잊고 지내지만, 사람들은 모두 같은 달을 보며 산다.
영화 <언더 더 세임 문>의 주인공 소년 카를리토스(아드리안 알론소)는 돈을 벌기 위해 미국으로 떠난 엄마와 헤어져 사는 9살 멕시코 소년이다. 엄마 로사리오(케이트 델 카스틸로)는 4년 전 아들을 더 나은 환경에서 키우기 위해 미국으로 밀입국했다. 같은 이유로 10년 전 미국으로 가버린 아버지는 지금껏 연락 한 번 없다. 엄마와 아들을 잇는 것은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의 짧은 전화 통화와 하늘에 무심히 떠 있는 달뿐이다.
엄마가 있는 곳은 로스앤젤레스 ‘도미노 피자’ 건너, 버스 정류장 앞 공중전화. 어느 날 외할머니의 죽음을 겪은 소년은 엄마를 찾아 멕시코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1500㎞ 넘는 대장정을 떠나기로 마음을 굳힌다. 시간은 일주일, 아는 정보라고는 ‘도미노 피자 건너, 버스 정류장 앞 공중전화’뿐이다.
국경을 넘은 소년은 미국 이민국 직원들의 곤봉을 피하고, 우여곡절 끝에 만났으나 화해를 거부하는 아빠의 비정함에 실망하면서 엄마를 향해 꿋꿋이 나아가기 시작한다.
“슈퍼맨은 영주권도 없으면서 어떻게 일할 수 있나. 세금도, 면허증도 없이 하늘을 나는 클립톤 행성의 슈퍼맨을 쫓아버리자.”
미국 이민국 직원들의 추적을 피해다니면서도 ‘위트’를 잃지 않는 멕시코인들의 생명력이 소박한 화면 위에서 빛난다. 미국 바깥의 좋은 영화들을 소개해 온 ‘폭스 서치라이트’의 발굴작으로, 2007년 선댄스와 토론토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을 단속하고 내쫓는 우리네 현실이 겹쳐진다. 파트리샤 리겐 감독. 16일 개봉.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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