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의 유령
고야의 ‘걸작’들 역사를 고발하다
고야의 유령(K1 새벽 1시)=프랑스 혁명의 열기와 종교재판의 광풍이 맞부딪히던 18세기 후반 스페인. 궁중 화가인 고야(스텔란 스카스가드)의 모델 이네스(내털리 포트먼)는 식당에서 돼지고기를 먹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재판소에 끌려간다. 이네스는 가혹한 고문을 이기지 못해 자신이 비밀 유대교도임을 거짓 실토한다. 이네스의 아버지는 종교재판을 진두지휘하던 로렌조 신부(하비에르 바르뎀)에게 똑같은 고문을 가해 신성 모독의 자백을 받아낸다. 투옥된 이네스를 찾아간 로렌조는 욕망에 휩싸여 그를 겁탈하지만, 신성 모독의 자백이 들통나자 도주 길에 오른다.
<고야의 유령>이라는 이름과 달리 영화는 화가 고야의 삶을 조명하는 얘기가 아니다. 제3자인 고야의 시선과 그의 걸작들로 광기에 휩쓸린 당대의 역사를 고발한다. 부패한 성직자들의 얼굴 위로 통렬한 풍자 판화인 <변덕> 연작이 지나가고, 나폴레옹의 침공과 잇따른 전쟁의 포화는 <전쟁의 참사> 연작, <1808년 5월3일> 등과 겹친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