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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05 18:32 수정 : 2005.05.05 18:32



구사일생 무사와 ‘전투의 신’ 혈투
여배우지망생 둘 질투코미디
한 주제 두 감독 영화로 맞장뜬다

<아라가미>와 <투엘디케이(2LDK)>는 배다른 형제와 같은 영화다. ‘듀얼(DUEL)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두 명의 감독이 같은 주제로 각각 장편영화 한 편씩을 만들었다. 같은 주제로 만든 여러 단편을 한 데 묶은 옴니버스 영화는 많았지만, 이런 형태의 기획은 선례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일본 영화 <러브레터> <하나와 앨리스> 등을 제작하고 <역도산>을 한국과 공동 제작한 가와이 신야가 참신하고 독특한 기획서에 반해 제작을 밀어부쳤다.

‘결투’(duel)를 뜻하는 프로젝트 이름답게 기본틀은 한정된 공간에서 두 사람이 벌이는 결투. 프로젝트에 참여한 두 명의 감독, 기타무라 류헤이와 스스미 유키히코도 완성된 영화를 가지고 ‘결투’한다. 실제로 두 감독은 개봉 전, 흥행 대결에서 진 이가 사람들 앞에서 삭발을 하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2003년 10월 일본 개봉 당시 흥행 결과에서 근소한 차이가 벌어진 뒤, 한 감독의 머리가 짧아졌다는 뒷얘기가 전해진다.

<아라가미>는 <소녀검객 아즈미 대혈전>을 만든 기타무라 류헤이 감독의 영화답게 판타지가 가미된 액션물이다. 시간과 공간을 가늠할 수 없는 한 사찰에, 전장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무사(오오사와 다카오)가 들어와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가토 마사야)의 도움으로 몸을 추스리고 깨어나자, 이 남자는 자신이 싸움의 신 ‘아라가미’라며 결투를 통해 죽여달라고 한다. 처음엔 생명의 은인과 싸우기를 거부하지만, 결국 두 무사의 목숨을 건 혈투가 벌어지게 된다. ‘투 비 위드 유’로 잘 알려진 록밴드 미스터빅에서 기타를 쳤던 폴 길버트의 화려한 연주가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투엘디케이>를 만든 스스미 유키히코는 텔레비전 드라마 <트릭>, 영화 <연애사진> 등을 만들면서 드라마 연출의 대가라는 이름을 얻은 감독이다. 이 영화도 액션영화라기보다는 블랙코미디에 가깝다. 동료이자 경쟁자 관계에 놓인 두 여배우 지망생(고이케 에이코·노나미 마호)이 한 아파트에 살게 된다. 살을 맞대고 살다보면 으레 그렇듯 둘 사이에 소소한 갈등이 싹트기 시작하고, 사소한 사건이 발단이 돼 싸움으로 번진다. 가슴 한켠에 쌓아왔던 질투와 경쟁심이 터져나오면서 인간 본성에 숨겨진 가학성이 고개를 들고, 싸움은 목숨을 위협할 정도로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간다.


같은 주제에서 출발했음에도 두 영화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거칠고 남성적인 액션을 통해 감각적이고 화려한 볼거리를 주는 <아라가미>와 여성 심리의 세밀한 묘사를 통해 인간이 어디까지 변할 수 있는지를 그린 <투엘디케이>는 두 감독의 서로 다른 스타일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사찰과 아파트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두 명의 인물만으로 1시간이 훨씬 넘는 러닝타임 내내 긴장감을 팽팽하게 이어가는 두 감독의 연출력은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줄 수 없을 정도로 막상막하다. 같은 개봉관에서 두 영화를 번갈아 상영한다고 하니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할 듯하다. 13일 개봉.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씨네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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