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커타니오 감독 ‘오펄드림’
크리스마스는 겨울의 꽃. 하지만 ‘무더운’(?) 성탄 영화로 특이하게 지내보는 건 어떨까.
<오펄드림>의 배경은 지구 남반부 오스트레일리아의 오팔 광산. 9살 소녀 캘리언(사파이어 보이스)의 가족은 대박의 꿈을 쫓아 1년 전 이곳으로 이주해 왔지만, 아직 희망의 끈은 보이지 않는다. 캘리언의 아버지(빈스 콜로시모)는 오팔 광맥을 찾아 땅 속에서 폭발물을 터뜨리는 위험을 감수하지만 성과가 없고, 어머니는 슈퍼마켓 점원으로 고된 노동을 이어간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북반구와 달리 남반구의 황량한 오팔 광산에는 뙤약볕이 내리 쬘 뿐이다.
캘리언에게는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두 친구 ‘포피’와 ‘딩언’이 있다. 포피는 나무 다리를 가졌고, 머리 긴 딩언의 배꼽에는 큰 오팔이 달렸다. 오빠 애쉬몰(크리스찬 바이어스)은 부모의 힘든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포피와 딩언에만 몰두하는 여동생이 못마땅하다. 가족들은 캘리언이 포피와 딩언의 환상에서 벗어나도록 둘을 데리고 광산에 다녀오기로 계획을 세운다.
캘리언은 집으로 돌아온 아빠와 애쉬몰에게 포비와 딩언은 어디 있냐고 묻는다. 캘리언의 환상을 깰 수 없는 아빠는 포비와 딩언을 찾으러 이웃의 광산에 발을 들여 놓는다. 결국 아빠는 오팔 도둑이란 누명을 쓰고, 이웃들의 왕따를 당하게 된다. 아이의 꿈을 지키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가족, 그리고 결국 오해를 씻고 그들을 따스하게 감싸 안는 이웃들의 소박한 마음이 크리스마스를 맞은 남반구 벌판에서 빛난다. ‘서머싯 몸’ 상을 수상한 작가 벤 라이스의 소설 <포비와 딩언>이 원작으로 <풀 몬티>의 감독 피터 카타네오가 연출했다. 2005년 베를린 국제영화제 개막작. 24일 개봉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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