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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마음 두드린 열정 베를린에 닿다

등록 2009-01-11 18:39수정 2009-01-11 19:56

장례식의 멤버
장례식의 멤버
주목받는 영화학교 장편 두편
2007년 신설된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 영화 제작연구 과정이 한국 영화계에 잔잔한 파문을 낳고 있다. 연구과정 1기생들이 내놓은 장편 영화 세 편 가운데 <장례식의 멤버>(백승빈 연출·임경우 촬영)와 <어느 개인 날>(이숙경 연출·김재홍 촬영·권오성 프로듀서) 두 편이 다음달 열리는 베를린영화제 포럼 부문에 초청됐기 때문이다. 이 작품들은 오는 3월부터 시지브이 예술영화 전문상영관 무비꼴라주 등을 통해 일반 상영된다. 베를린의 초청을 받은 두 화제작을 미리 들여다봤다.

장례식의 멤버

타인에 기대어 상처 감추는 가족

열일곱 희준의 장례식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찾아온다. 서로 왜 이곳에서 마주쳤는지 모르는 그들은 아버지·어머니·딸로 구성된 한가족이다. 가족에게는 서로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다. 아버지 우준기(유하복)는 대학 농구단 소속의 물리치료사다. 유망한 수영 선수였지만, 남자 코치에게 성적인 욕망을 느끼게 되는 자신을 발견한다. 준기는 비밀을 감추고 결혼을 한다. 하지만 우연히 마주친 희준(이주승)에게 연정을 품고, 쓸데 없는 호의를 베푼다.

어머니 오정희(박명신)는 고등학교 문학 교사다. 추리 소설가가 꿈이었지만, ‘쓸 만한 가치가 있는 자신의 얘기’를 찾지 못했다. 소설가가 되지 못했고, 저명한 문학 교수였던 할아버지의 바람대로 은행원도 되지 못했다. 그런 정희에게 소설을 쓰는 제자 희준이 등장한다. 자격지심에 사로잡힌 정희는 할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소년에게 혹평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딸 아미(김별)는 어린 시절 고양이와 단짝 친구의 죽음 이후 염습사가 됐다. 그에게 손목에 면도날 흔적이 깊게 나 있는 소년 희준이 등장한다.

<장례식의 멤버>의 인물들은 모두 상처가 있지만, 이를 감추고 있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고통을 떠안을 것처럼 보이는 소년을 통해 숨겨진 욕망을 해소하려 든다. 소년은 이 가족을 주인공으로 ‘장례식의 멤버’라는 소설을 끝내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가족들이 소년의 장례식장에서 서로 보며 느낀 감정은 당혹스러움이었을까, 죄책감이었을까. 영화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세련된 이야기 전개 방식과 독특한 문학적 향기로 호평받았고, 아시아 영화진흥기구상을 받았다.


어떤 개인 날

결혼 고통 버텨낸 어느 오후의 기억

어떤 개인 날
어떤 개인 날
만 서른아홉. 이혼 1년 차 소설가인 보영(김보영)은 고슴도치처럼 까칠한 여자다. 골목길 주차 문제로 택배 청년과 싸움을 벌이고, 이미 마감을 넘긴 원고에서 도망치려다 면박을 당한다. 말라 비틀어진 자신을 바라보는 초등학교 5학년딸 아이의 눈빛을 감당하기 힘겹다고 느낄 무렵, ‘재혼한다’는 전남편의 문자 메시지를 받는다.

여성주의 누리집 ‘줌마네’를 운영하던 이숙경 감독의 장편 <어떤 개인 날>은 감독이 오랜 고민 끝에 힘겹게 꺼내 든 일기장 같은 느낌이 난다. 이 감독도 보영처럼 이혼을 했고, 글을 쓰며, 딸아이를 키우고, 시각장애인 아버지가 있다. ‘어떤 개인 날’은 고통스런 결혼 생활을 버텨내던 감독이 기억하는 어느 오후의 기억이다. “아이가 자라 초등학생이 되고, 그 언저리 어느 날 오후, 모처럼 거실에서 선 잠을 자다가 일어나 맑은 하늘을 바라보다가 엉엉 울었다.”

길이 87분인 영화의 절반은 보영이 지방으로 강의를 나갔다가 같은 방을 쓰게 된 국악 강사 정남(지정남)과 나눈 대화로 채워진다. ‘이혼’이라는 상처를 공유한 정남은 유쾌한 전라도 사투리로 보영을 위로하고 상처를 매만지려 든다.

“언니,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고 살아야 돼. 글 안하면(그렇게 안하면) 죽어.”

보영은 정남의 호의를 뿌리치고, 두 이혼녀는 컴컴한 방안에서 훌쩍이며 날을 샌다. 그렇지만 이튿날 거짓말처럼 다시 ‘개인 날’이 찾아온다. 시각장애인인 감독의 친아버지, 오랜 지기라는 반찬가게 여주인 미현과 그 남편 등이 출연해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사진 영화아카데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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