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가협회-웹하드업체 ‘합법화 합의’ 소송 취하
투자배급사는 불참…유통시장 직접 진출 노려
투자배급사는 불참…유통시장 직접 진출 노려
결국은 동상이몽?
온라인을 통한 누리꾼들의 한국 영화 불법 다운로드를 방조해 온 웹하드 업체들의 처리 문제를 놓고 영화 제작자들과 대형 투자·배급사 사이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는 영화계의 최대 숙원 사업인 온라인 다운로드 시장의 합법화로 가는 방법과 시기를 결정하는 문제라는 점에서, 단순한 감정싸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지적이 많다.
그동안 수익성 악화로 고사 위기에 놓인 한국 영화계에 온라인 시장 합법화는 위기 탈출의 돌파구로 주목받아 왔다.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영화 한 편을 찍어 얻는 수입을 계산하면, ‘극장 수입’과 비디오·디브이디(DVD) 판매 등 ‘부가 시장’이 5 대 5 정도였지만, 이제 그 비율은 8 대 2 수준으로 크게 변했다. ‘극장 수입’의 비중이 커진 것은 불법 다운로드 때문으로, 현재 한국 영화업계가 여기서 입는 한 해 피해액은 3390억원으로 추산된다. 결국, 한국영화제작가협회(제협)는 지난해 주요 웹하드 업체들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냈고, 재판은 현재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재판이 진행되는 한편으로 양쪽의 협상에도 속도가 붙었다. 결국 제협과 온라인 웹하드 업체들의 연합체인 디지털콘텐츠네트워크협회(DCNA)는 지난 15일 ‘불법 다운로드 방지’와 ‘온라인 시장 합법화’를 위해 힘을 합쳐 나가기로 합의했다. 동시에 제협은 웹하드 업체들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을 취하했다. 양쪽이 대립 대신 ‘상생’을 택한 셈이다.
하지만 씨제이엔터테인먼트·쇼박스·롯데엔터테인먼트 등 메이저 투자·배급사들은 이번 합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들이 불참한 명분은 ‘불법 다운로드 근절을 위해 본보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무 씨제이엔터테인먼트 한국영화마케팅팀장은 “웹하드 업체들은 수년 동안 한국 영화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범법자들이라는 점에서 이번 조처는 절차와 시기에 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를 보는 제협 쪽의 시선은 곱지 않다. 메이저 투자·배급사들이 웹하드 업체들을 초토화시킨 뒤 직접 온라인 유통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시간을 끌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배급사 쪽에서도 사업 진출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을 숨기진 않는다. 조광희 ‘영화사 봄’ 대표(변호사)는 “1심 판결까지 거의 1년이 걸렸고, 최종 판결이 나오려면 2~3년은 걸린다”며 “그사이 한국 영화산업은 회복 불능의 타격을 받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온라인을 통한 합법 다운로드 시장에 진출한 영화 <추격자>는 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차승재 제협 대표(싸이더스 대표)는 “메이저 투자·배급사들이 온라인 유통을 미루는 방식으로 저작권을 공유하고 있는 제작자들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이는 사실상 배임”이라고 주장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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